21일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 주제발표
미국, 체제전복 가능성에 4·3, 예비검속 등 개입 시사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

“4.3은 제주에 있어 역사.경험.상실.가족.전통의식이 긴밀히 작용해 만들어진 사회기억이다. 집단폭력에 대한 치유는 피해자와 생존가가 밝히는 회복적 진실(Restorative turth)을 통해 이뤄야 한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과대 석좌교수(73)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영미 문화권 ‘한국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한국전쟁 전문가인 브루스 교수는 “제주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제1 세션의 포문을 열었다.

예정대로라면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미국과 국내 극우파 세력에 의해 자행된 비극적 학살인 제주 4.3에 대한 진단과 책임을 얘기할 예정이었지만 ‘제주 4.3모델의 세계화.보편화’라는 쉽지 않은 주제 아래 그동안 연구를 토대로 한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브루스 교수는 “4.3은 미군정기에 발생했다. 당시 제주는 어떤 외부적 영향을 받지 않은 평화(1947년 존 하치 주한미군사령관 ‘국제공산당으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제주인민위원회가 평화롭게 통제하고 있는 진정한 공동체적 지역’) 상태였지만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반란으로 치부됐다”며 “미국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보다는 반란을 끝내고자 하는 취지로 제주도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명령했고, 그 결과에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 속에 “진압 감독, 반란 진압군 일상훈련, 수감자 심문 및 게릴라 세력을 찾아내기 위해 미군 탄착 관측기 사용 등의 방식으로 사용되는 등 미국이 제주4.3에 직접 가담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며 “미국 공식 자료 등에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직전 내란 당시 사망한 공산당 동조자들 친인척이 5만 명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등 제주 내 체제 전복의 가능성을 주시했다”고 4.3에서 부터 예비검속까지 제주 섬을 초토화시킨 역사적 비극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제주4.3의 회복에 있어 브루스 교수는 ‘회복적 진실’을 강조했다. 브루스 교수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고 방식을 봤을 때 이런 형태의 학살이 남긴 상처는 복합적이고 또 지속적”이라며 “강요된 진실과 거짓에 대한 불인정이 상충하며 반복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만들고 이해와 해원을 가로막고 있다”고 살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브루스 교수는 특히 “진정한 화해란 역사적 진실을 기초할 때 가능하다”며 “진실규명은 치유와 회복,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며 그 대상은 국민 아니라 국가를 포함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실을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완성된다”고 정리했다.

한편 브루스 교수는 194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1989년 펴낸 <한국전쟁의 기원>은 방대한 미국정부 미공개 자료와 한국 내 사료를토대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면서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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