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얼마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가 일부 대형병원들의 진료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뒤늦게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진료를 거부한 병원 가운데는 권역외상센터도 포함돼 파장이 더욱 컸다. 권역외상센터는 국비지원을 받아 1년 365일, 24시간 중증 외상 환자가 도착하는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진료시설이기 때문이다.

사고 경위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북 전주시에서 두 살짜리 남자 어린이와 네 살짜리 여자 어린이, 할머니 등 일가족 셋이 함께 대형차에 교통사고를 당해 대학병원에 후송됐다. 처음 후송된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실이 모자라다는 이유를 들어 긴급수술이 필요한 두 살 남아와 할머니를 수술할 다른 병원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을 포함한 인근 13개 대형병원이 모두 수술실 부족 또는 해당분야 전문의 없음 등의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고, 결국 국립중앙의료원의 도움으로 사고발생 7시간여가 지난 뒤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으나 뒤늦은 처치로 어린이와 할머니 모두 숨졌다.

만약 '권역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함께 설치돼 서로간 기능적 보완이 이뤄졌더라면…', 또는 '아까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번 사례의 여파로 일부 권역외상센터의 부실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즉 권역외상센터가 본연의 임무인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를 외면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번 일은 권역외상센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제주지역의 경우 현재 보건복지부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위한 공모과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짚어봐야 할 점은 지정신청 의료기관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기능을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병원이 위의 사례처럼 진료 종결치료를 하지 못하고 수시로 환자를 전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주의 경우는 지역특성상 타지역 권역응급센터나 외상센터로의 진료의뢰도 쉽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요청해 헬기를 띄울라치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제주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내 가족이란 마음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를 종결할 수 있는 진료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센터는 응급의료체계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다.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아오를 수 없듯이 최상의 응급의료체계가 완성되려면 권역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함께 작동될 때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제주지역은 관광객뿐 아니라 거주 인구 및 차량이 급증하는데 반해 사회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권역외상센터 유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진료종결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 권역외상센터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함께 작동될 때 비로소 제주지역은 최상의 응급의료체계를 갖춰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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