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문철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 논설위원

지난 17일 개최된 제346회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의 '5분 발언'에서 "교육의원이 지방자치사무를 심의·의결하는 것은 과도한 권한"이라는 요지의 주장이 대두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 주변의 복잡·미묘한 역학적 함수관계를 모를 리 없음에도 이를 이슈로 삼은 데는 나름대로 시기 등 여러 변수들에 대한 고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잘해서 잘됐다는 게 아니라 어차피 넘긴 넘어야할 산이기에 하는 말이다. 문제의 '5분 발언'은 난제를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처리하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연출이 과연 적절했을까. 사려 깊은 사람은 일을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 정치에도 도의가 있는 법. 도지사와 교육감을 비롯한 두 집행부, 더군다나 당해 교육의원들의 면전에서, 어찌 이런 무안을 줄 수가 있는가. 역지사지는 동서고금의 모럴이다. 요즘 의회 내에 연구회가 어디 한둘인가. 예컨대 그런 데서 용역을 주고 세미나를 여는 등 진지한 연구와 논의를 착실히 쌓아나가며 해법을 모색하면 어땠을까. 

특별자치제 출범당시 교육의회의 기능을 수행하던 독립기구인 교육위원회는 교육자치사무의 의결기관이 지방의회와 교육위원회로 이원화돼 있어 행정력 낭비와 의결기관 간에 대립과 갈등을 빚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교육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의회로 통합됐다.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 자치정신이 헌법에 보장된 교육자치는 명실 공히 지방자치의 양대 산맥의 하나임을 감안할 때, 통합 후에도 중추적 위상을 기대했었거늘, 오늘에 투영된 교육자치는 중추는 고사하고 마치 '미운 오리새끼'와 같다고 한다면 과연 자학일까. 이 대목에서 '눈물겨운 온정'(?)도 펼쳐진다. "일반상임위 반열보다 우위에 둬야할 교육위원회를 맨 끝 서열에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이다. 어쩌면 이런 말로써 '교육의원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자신의 발언의 빙거(憑據)를 삼을는지도 모른다. 

이번 논란의 핵인 '교육의원의 영역문제'는 어떤가. 언뜻 볼 때 일반행정 분야는 일반의원이, 교육행정 분야는 교육의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그래서 "교육의원의 일반자치 부문의 심의·의결행위는 월권으로서, 의회운영의 어지러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즉 일반의원을 뽑은 유권자도 도민이요, 교육의원을 뽑은 유권자도 같은 도민이라는 사실이다. 교육의 문제라고해서 교육기관만 관련되는 게 아니라, 일반행정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이게 바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교집합(交集合) 영역이며, 교육수요자이기도한 도민들은 이 일을 지역의 교육의원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소임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행정 대상의 심의· 의결 등의 의정활동이다. 그러면 이를 문제 삼는 일반의원들의 교육행정에 대한 심의·의결 행위는 과연 합당한가. 이 교집합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면 두 자치기구의 통합은 그 의의를 상실한다. 교육의원 선출을 주민직선제로 전환한 입법취지가 무엇인가. 사리와 논리가 이러한대도 교육의원들의 심의·의결은 교육감 소속 사항에만 국한해야 한다는 것은 오직 정치적 계산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주문은 한발 더 나간다. "교육위원회에 배속된 4명의 일반의원들은 교육위원회에서의 활동기간을 단축하고, 타 위원회 활동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이쯤 되면 가히 교육계를 능멸하고 있음이다. 차제에 그들을 전원 복귀시키고, 교육의원 정수를 원래 독립기구 당시의 규모로 늘여서 교육의원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라. 

세계 최고의 복지낙원인 저 북유럽 제국의 성공신화는 정치가 아니라 교육의 힘이었음을 필자는 발품을 팔며 똑똑히 보고 듣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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