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전남대 산부인과 의사 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임신이 잉태의 기쁨으로 가득한 축복의 시간일 거라는 사회적 판타지와는 달리, 임신 중 피로감, 신체 변화의 두려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 등 때문에 약 20%의 여성들이 임신 중 우울증에 걸린다. 

임신 초기에 임신 호르몬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뇌내 화학 작용을 방해해서 우울증을 유발하고 더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지속적 우울감, 집중력 저하, 불안, 불면증 또는 과면증, 죄책감, 자신이 가치가 없다는 생각,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일시적인 느낌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정기검진 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임신부의 영양 부족, 음주, 흡연, 자살 사고, 만성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 결과 조산, 저체중아, 태아의 발달장애 뿐만 아니라 산후 우울증으로 진행돼 신생아의 불충분한 케어를 유발하기도 한다. 

임신 우울증에 더욱 취약한 임신부들은 기존 우울증과 불안의 가족력, 난임 시술 기왕력, 유산 과거력, 고위험 임신 산모, 임신 중 가족의 사망 또는 이혼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 정서 학대, 성폭력, 신체적 학대, 언어적 학대, 청소년기 임신과 같은 원치 않는 임신 등을 경험한 사람들인데, 이런 과거력이 있을 경우 가족들이 더욱 임신부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서적 지지, 약물치료, 심리치료, 햇빛 테라피 등의 치료 방법이 있다. 남편의 사랑과 애정이 중요하고,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임신이 아내의 일만은 아니기에 육아와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족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항우울제 치료는 종류에 따라 태아에게 안전한 약도 있고 위험한 약도 있기 때문에 위험성과 이익을 의사와 상의해서 시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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