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채 디케이서비스 대표이사, 논설위원

꽉 막혀버린 왕복 6차선 도로 위, 초록과 붉은 신호등에 맞춰서 춤추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등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필자가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로 수년 동안 출퇴근하면서 봐왔던 풍경이었던 것이다.

관광산업의 호조로 인한 관광객과 입도하는 이주민의 증가로 인해 제주의 교통 체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도로 위에서 버리는 시간 또한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심한 경우도 있다.  교통 체증과 함께 연일 상승하고 있는 제주 부동산 시세를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 최고의 부동산 시세와 교통 체증으로 항상 북적대는 서울특별시 '강남'의 그것과도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살며시 올라온다. 

이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제주지역 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지만, 주택과 토지, 상하수 시설, 쓰레기 소각장, 대중교통 시설 등과 같은 사회적 자원이 매우 열악한 제주의 입장에서는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바다로 둘러 쌓여있기 때문에 타지역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문제,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소득 및 교육의 양극화 등과 같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은 고립된 섬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제주에서 더 극대화돼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최근 수년간 제주의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여러가지 지표는 1970~1980년대 개발 열풍에 의한 부동산 상승 이상으로 보여지고 있다.  

호남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대비 2015년 제주 토지거래는 82.3%, 주택거래는

112.9%로 증가한 반면에 동기간 전국 토지거래는 10.8%, 전국 주택거래는 15.1% 증가했다. 통계청은 2010년 이후 제주의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의 주된 상승 원인은 유입 인구 증가에 따른 부동산 수요증가를 원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한 중국 자본의 투자 또한 또다른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이것이 전부일까.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1.3% 증가, 전국 평균 13%와 비교하면 제주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된 경우 가계 대출이 증가한다고 한다. 제주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나가는 이야기에 의하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부의 창출이 육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이유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에서 '한몫잡기' 위해 기보유한 주택 또는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이를 다시 주택과 토지 등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소수의 제주인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대비 산업구조가 다양하지 않고, 저임금 구조인 제주의 특성상 이 같은 빚더미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미 말했던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들은 제주에서 더 극대화돼 나타날 수 있다. 과열된 부동산으로의 투자로 인한 빠른 가계 대출 증가 속도는 제주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 소득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양극화 또한 심화될 것이며, 이는  또다른 악순환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결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해결책보다는 제주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장기적이고 입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이는 상황이 맛있는 사탕처럼 순간 달콤할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서 쌓인 문제는 당뇨병처럼 우리의 몸과 삶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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