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성적표라는 말은 초조함, 심장이 오그라드는, 탄식, 후회, 아쉬움, 기쁨, 보람 같은 느낌들이 조건반사적으로 동반되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OECD로부터 성적표를 받았다. 

OECD가 회원국들의 사회적 안정성과 통합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Society at a Glance)' 2016년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년마다 발간하는데, 소득과 인구구조 변화 등의 일반지표를 비롯해 고용 상황과 불평등, 건강성, 사회통합성 등 5가지 영역의 주요 지표들을 통해 각 회원국들이 놓인 상황을 비교평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우선 출산율은 여성 1인당 자녀 수 1.2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60년 79%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고령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되는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 비율)은 14.4%로 OECD 평균(11.4%)보다 훨씬 높았고, 노
인빈곤율은 49%에 달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제도상 기초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의 수준도  OECD 평균을 하회해 빈곤선을 벗어나게 하는 데는 대단히 부족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은 34위로 꼴찌에 가까웠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명으로 여전히 부동의 1위였으며, 스스로 느끼는 건강에 관한 인식도 응답자의 32.5%만이 양호하다고 응답해 가장 나쁜 나라였다(OECD평균은 68.6%). 이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로 28위(OECD 평균6.6)를 기록했으며, 정부신뢰도는 33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였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역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았고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응답이 60% 불과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아 사회적 고립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쉽게 취직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지에 관한 지표에서 무려 79.4%가 심각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식실업률이 3.8%로 낮은 수준인데 비해 청년실업률은 10.9%로 매우 높았고, 청년고용률은 40%에 불과해 회원국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데, 교육도 받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는 NEET 비율(18%)이 매우 높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우리나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노인들은 빈곤하며, 삶의 만족도는 낮고 사회적 안전망이 빈약해 미래는 불안하며, 사회적 신뢰의 토대가 취약해 타인을 믿지 못하는 고립감이 높은 상황인데도, 정부에 대한 신뢰는 낮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사회상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양심적으로 살았을진대,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자괴감이 들지 모른다. 물론 이 성적표만으로 단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많은 주요지표들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특히나 노인빈곤, 국민건강,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 등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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