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삼 제주 굿 시리즈 「동복마을 본향당굿」
30여년 작업 정수…아내 김승연씨 협업 눈길

애써 기억하지 않았던 마을의 이야기가 내력이 되고 오늘까지 이어진 것은 섬 땅 깊숙이 뿌리내린 '본향'의 기운이 있었다. 무속신앙이라 구분하지만 그보다는 그에 의지했던 사람들의 삶과 가치 지향을 읽을 수 있는 문화코드다.

김기삼 사진작가가 제주굿시리즈의 첫 주인공으로 '동복마을 본향당굿'을 골랐다. 30여년 굿판을 돌았던 작가에게 어느 하나 눈에 밟히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가장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것에 먼저 마음을 줬다.

시왕맞이를 겸했던 동복본향당은 초이렛날(열이렛날)에 신과세제를 지낸다. 제주굿이 낯설고 제차를 모르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 먼저 전 과정을 살핀 카메라가 꼼꼼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장면 장면을 포착했다.

그동안 그의 사진이 그러했듯 세련되기 보다는 정제된 감정이 굿판의 생동감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어지는 화면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제주 굿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

1970~80년 '김수남'이라는 큰 그늘이 남긴 흔적을 이어 1980녀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제주굿의 흐름을 옮겨내는 쉽지 않은 과정은 평생 반려로, 정신.문화적 동료로 호흡을 맞춘 안내 김승연씨가 있어 가능했다. 김씨는 이번 책에 글로 함께했다.

김 작가는 구좌읍 평대리 출신으로 올해 공직을 은퇴하고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도서출판 각.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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