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세계 섬문화축제를 부활시켜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과거 실패작으로 평가된 두 차례 축제의 형식과 내용을 탈피하여 세계 섬들 간의 공통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축제를 치른다는 발상이다. 과거 섬문화축제는 관광 유발 효과에만 치중해 세계 섬들 간의 고유한 문화의 주체성과 독창성을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체 평가이다. 세계 섬들의 특성에 맞는 인문·역사·자연·지질, 문화예술 전통공연 등 지속가능한 문화 발전을 위해 세계 섬들 간 문화연대축제를 펼침으로써 새롭게 재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머드 문화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과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이 갖는 특성이 공유될 수 있는지 사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20년 간 제주의 전문 연구자들과 문화단체가 주로 교류했던 섬은 오키나와, 타이완, 하이난 정도가 아닌가 한다. 오키나와와의 학술 교류는 제주대학교 연구진이 주된 역할을 했고, 타이완과는 문화·학술 교류보다 2·28사건과 연관된 4·3단체의 평화교류 활동 정도가 이뤄진 듯하다. 하이난과는 최근 한국과 중국정부가 합의한 '인문유대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인문교류 테마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로는 유럽 지중해 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들과의 문화·학술 교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저 멀리 떨어진 섬들과 제주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년 전보다 전 지구가 인터넷을 통해 좀 더 가까워진 현재의 문화 정보를 통해 본 지중해 섬들은 우리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 미래비전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이 집중된 스페인 마요르카 섬은 한때 해상 독립왕국으로 존재하다가 대륙의 중앙집권국가에 정복당하는 시련의 역사를 겪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역사와 언어, 민속 등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현재 처한 상황과 미래비전 구상 등에서도 제주도와 비슷한 트렌드를 갖고 있다. 최근 제주의 언론이 취재한 마요르카는 외국 관광객의 급증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원주민들이 거주지를 박탈당하고, 해안 경관 파괴, 지하수·쓰레기 등 문제가 발생해 생태·경관 보전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어서 제주의 현실을 베껴놓은 듯하다. 아니 제주가 마요르카를 답습하는 느낌이다.

제주도가 대외 교류하겠다고 선포한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은 어떤가. 사르데냐는 화산섬, 장수문화, 고유 언어, 고대왕국이었다가 대륙에 정복당한 원주민 역사, 신화, 친족문화, 음식문화, 역사를 통해 배태된 여성의 강인함 등 너무나 제주와 흡사하다. 사르데냐 섬문화 전문가인 로마 대학의 안토네따 부르노 교수는 제주와 사르데냐의 문화 비교 연구를 원하고 있다고 이화여대 김은실 교수를 통해 전해들은 바 있다.

세계신화연구소 김원익 소장은 그리스 모든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고향 크레타 섬이 제주를 빼닮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양문명과 대륙문명의 경계지대, 고난으로 점철된 섬,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 신화의 고향(특히 뱀 신앙), 강인한 여성문화 등. 4천 년 전에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그리스 고대문명의 가교 역할을 크레타 섬은, 아날학파의 거장 페르낭 브로델이 지적한 대로 '교역'과 '이주민'이란 원동력으로 고대 해양문명국가를 이뤄냈다. 2000년전 탐라와 비슷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섬문화축제가 지향하는 '주체성과 공유하는 문화'란 무엇인가. 역사, 언어, 지질, 생태, 신화, 생활사 등 지역학의 주제일 것이다. 제주학 또한 이러한 주제 탐구를 지향한다. 제주학이 섬문화 비교 탐구를 주력 연구과제로 삼을 때가 지금이라고 여겨본다. 세계 섬문화축제를 제주가 세계 섬의 중심에서 문화와 교역, 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계기로 삼으려면, 과거 제주 섬문화의 전통과 현실, 미래비전을 세계적인 섬들과 비교·성찰하고 전망하는 자리로 축제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구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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