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 한의학자문위원

체질한의원을 하다보니 체질을 바꾸러 왔다는 분들을 자주 본다.

체질은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체질이 개선돼 감기도 안 걸리는 건강한 체질이 됐다' 표현에서 쓰이는 '체질'은 현재 몸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과는 무관하다.

사상체질은 유전처럼 물려받고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소양인과 태음인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는 반드시 소양인 혹은 태음인이 된다.

중요한 것은 체질은 변하지 않지만, '몸 상태'는 변한다는 것이다.

체질섭생 여부에 따라 같은 체질임에도 다른 몸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잘 관리한 소양인(토체질)의 경우엔 혈압은 낮거나 정상범주이며 날렵한 하체에 낙천적인 성격과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잘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닌다.
또 대개 생활리듬이 깨어지면 몸이 나빠진다. 혈압이 올라가며 당뇨가 오거나 하체부종으로 언뜻 소음인(수체질)처럼 하체가 실해보이기도 한다. 감정기복이 심해지며 겁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맥을 본 후 "당신은 소양인입니다"라고 말하면 후자의 환자분은 이렇게 반응한다. "소음인인 줄 알았어요. 하체가 크고 소심하며 겁 많고 소화도 안되거든요"

이 말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체질섭생을 하지 못해서 하체가 부은 것이며 대개 방광이나 소장, 자궁쪽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이 많다.

또 체질특성상 점막염증이 잘 유발되므로 위염으로 소화장애가 생기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우엔 소심해지는 성격으로 변한다고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체질을 알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몸에 담겨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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