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있는 교사들이 교실 속에서 미래를 일구는 것처럼 정년이나 명예퇴직으로 교실을 떠난 교사들에게도 교육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미래를 일구는 터전이다.

 교실에 다시 선 퇴직교원들은 한결같이 가르치는 일에 기쁨과 즐거움을 갖고 있다. 여전히 식지 않은 교육사랑으로 교실에 다시 선 퇴직교원들은 일출 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교실 곳곳에 흩뿌리고 있다.

 6·25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53년 5월 동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고규훈 前교장(69·제주시 삼도1동).

 올해로 정년퇴직 4년째를 맞고 있는 고 교장은 매일 아침 8시40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북동에 위치한 동화초등학교 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99년 2월 정년퇴직 한 고 교장의 공식 직함은 제주도지방공무원교육원 강사. 공무원교육원 측의 배려로 명함을 지니고 있지만 고교장은 동화교의 인성·예절교육을 담당하는 한자 특기·적성교육 강사이다.

 후배인 현병찬 동화교 교장의 권유로 퇴직 후 3년째 손자 같은 학생에게 줄곧 한자를 가르치고 있지만 처음에는 사회의 편견으로 망설임이 적지 않았다.

 “교실에 다시 서는 것에 대해 후배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두려움으로 고민이 많았다”

 주저하던 그의 발길을 학교로 이끈 것은 퇴직 후에도 식지 않은 ‘교육사랑’이었다. 46년간 몸에 배인 가르치는 즐거움과 희열이 매일 고교장을 교실로 이끌고 있다.

 고 교장이 학생들과 만나는 교실은 인성·예절교육이 가득 차 있다. 고사성어와 소학(小學)의 음·운을 비롯 그 속에 담겨진 성현의 진리를 일깨우고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는데 수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접 학습자료를 제작, 3년째 가르친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지방을 쓰는 법까지 터득했다.

 고 교장은 “아이들에 대한 지도책임으로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 초임발령을 받고 첫 교편을 잡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납읍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중 지난해 8월 명예퇴직, 교장으로 특별승진한 김중식씨(63·애월읍 곽지리)는 곧바로 고향인 곽금초등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김 교장의 가르치는 즐거움은 고교장과 다르지 않다. 곽금교 명예교사인 김 교장의 특기·적성교육 담당 교과목은 영어.

 현직교사로 재직하던 82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 20년째 이르는 김 교장의 영어실력은 이미 많은 학교에 알려져 있다.

 근무지 학교의 영어특활반 지도교사를 비롯 2000년에는 북제주교육청에만 설치되지 않은 초등영어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식지 않는 김 교장의 교육사랑은 곽금교 영어실력의 막강한 후원자이다.

 곽금교는 올해 북제주교육청의 영어말하기대회에서 최우수, 도시지역학교가 함께 참여한 도 단위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신국남 곽금교 교감의 권유도 있었지만 김 교장은 외국어교육환경이 도심학교 학생에 비해 열악한 고향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인생을 다시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영어가 꼭 필요한데도 농촌지역 특성상 이렇다할 사설학원이 없다”고 농촌현실을 제시한 김 교장은 후배들에게 생활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직접 만든 교재를 나눠준 후 20여명의 학생들 사이를 바쁜 걸음으로 오가며 영어로 말하는 김 교장의 교실수업은 매주 월·목·금요일 3회 실시되고 있다.

 겨울방학으로 특기·적성교육이 휴식에 들어갔지만 김 교장은 후배들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영어연수를 받고 있다.

 환갑을 넘었지만 국제자유도시에 발맞춰 영어번역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영어번역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장을 낸 후 국제어학원에서 고급영어를 수강중이다.

 김 교장은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퇴직 후에도 교육은 나의 생활을 건강하게 해준다”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교실에 남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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