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철 사진작가 오름사진집 「다랑쉬」

'카메라가 없는 풍경'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 이가 '다랑쉬'를 고백한다. "화구능선을 감싼 햇살에 취해 그만 사진 찍는 일을 잊었다"는 말에 가슴에 구멍 하나가 뻥 뚫렸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했던 '마법의 장소'같은 그 곳, 위로받고 치유하는 자연이 빚어낸 신의 영역에 대한 공감만이 아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제주의 상처가 우둘투둘한 흉터로 남아있는 현장을 직접 기록했던 이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기억까지 격랑처럼 쏟아진다.

서재철 사진작가가 '다랑쉬'와 함께한 40여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높은오름」과 「내가 사랑한 따라비」에 이은 오름사진집 「다랑쉬」다.

한없이 뒹굴고 싶은 미끈한 자태의 원경에서부터 고바우 영감의 듬성듬성한 머리털 같은 근경까지 꼼꼼히 살펴온 까닭에 한 컷 한 컷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 1992년 44년간 진혼을 기다려온 유해 11구를 발견하고 그들을 위무하는 위령제 현장의 기록도 담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희생되고 또 허겁지겁 화장된 이들 중에는 9살 소년도 있었다. 1948년 학살을 피했다면  올해 77세의 어르신이 보고 품었을 풍경들이다. '언제까지'에 대한 답은 아직 "카메라를 놓지 않으려고"다. 우문현답의 '다음'이 기다려진다. 서 작가는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퇴임 때까지 제주 보도사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자연사랑미술관을 운영하며 꾸준한 작품.기록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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