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벗' 하려 남편 물질 시작
동영상 제작 해녀문화 홍보도
"해녀는 꼭 지켜야 할 인류유산"

"해녀 어른들의 말씀에 허튼 것은 없어요. 이렇게 지켜야 하는 것들을 '인류무형유산'이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자칭 '부부물질단'인 김형준·김은주 부부의 목소리는 다부졌다. 제주 이주 4년차, 해남과 해녀 부부라는 흔치 않은 조합도 "즐겁다"는 말로 정리했다.

아내인 김은주씨는 '명랑해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프리다이빙을 했던 김씨는 한수풀해녀학교와 법환해녀학교를 모두 거친 뒤 어촌계 문을 두드렸다. 아내를 돕기 위해 바다마중을 나오던 남편 김씨까지 자연스레 해녀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 이제 1년 남짓 됐다. 남편은 '공천포 해남'이다.

그 모든 과정은 해녀문화의 함축판이다. 몇 번 물질에 따라나선 뒤에야 "(물질)해도 되켜(되겠다)"란 말을 들었다. 어느날 해녀 삼촌 몇 명이 건넨 얘기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울컥해진다. 아내 김씨는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더니 집에가서 남편에게 물질해보지 않겠냐는 얘기를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니 벗 해사지 않으크냐(너랑 벗해야지 않겠냐)"하시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남을 김씨에 대한 걱정에 '해남'까지 생각한 것이다.

김씨는 "남편도 같이 프리다이빙을 했던 터라 몇 번 생각은 있었는데 주변에서 만류가 많았었다"며 "지금도 정식 해녀는 아니지만 같이 작업을 하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물질 외에도 해녀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고민하고 있다. 영주고 디지털영상과 산학겸임교사인 남편 김씨가 재능을 살려 해녀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동영상을 제작해 SNS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해녀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크다.

남편 김씨는 "프리다이빙 중에 해녀를 보고 가까이 갔다가 30분 넘게 욕을 먹었다. 해녀 삼촌들이 크게 놀라 물숨을 들이킬 수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알고는 할 수 없는 실수였다"며 "그들이 지니고 있는 삶의 노하우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다. 해녀들 스스로 의식을 갖고 지켜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의 이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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