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아이들 동시집 「우산이 비오는 날에…」

그냥 27번째로 좋은 '여름'과 너무 시끄러운 '태풍', 집 앞에서 만난 '안개' 까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특별한 것들을 담은 꿈 망태기가 가을을 타고 떼구르르 굴러왔다.

가시리 아이들이 만든 동시집 「우산이 비오는 날에 없으면 골치 아프다」다. 특유의 왁자지껄함을 꾹꾹 글자에 집어넣으려고 얼마나 용을 썼는지 동시집 자체가 통통 튄다. "…화가 나면 같이 놀자고 하면 되는데/왜 놀리는지 모르겠다"는 1학년 상운이의 투정('화난 오상운' 중)부터 "…비가 떨어지는 공부방/공부방이 물통이 되었다/공부방에도 우산을 씌워 주어야 겠다"는 이제 중학생이 되는 다연이의 어른스러움('비 맞는 공부방' 중)까지 27명의 보석이 제각각 매력과 개성으로 빛이 난다. 이런 사정들을 어른들이 모를 이 없다. 애써 못 본 척 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천진난만함으로 무장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때묻지 않은 순수의 결정이라 책장 넘기는 손이 조심스러워진다. 시인 김정희씨가 길잡이 역할을 맡았다. 한그루.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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