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출범후 계속 제기됐던 행정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부상했다. 지난 8월 제주도의회의 여론조사 결과 현재 도지사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토록 바꾸는 직선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으면서 행정체제 개편에 불을 지폈다.

도의회가 올해 특별도 출범 10년을 맞아 도민 1000명, 분야별 전문가 200명, 공무원 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시장 임명 방식' 조사 결과 '주민 직접 선출'은 도민 70%, 전문가 67.5%, 공무원 56.6%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현행처럼 '인사청문회 후 도지사 임명' 선호도는 47~49%, '인사청문회 없이 도지사 임명'은 8~26.5%, '도지사 선거시 러닝메이트'는 25~54.7%로 나타났다. 또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10월 공무원(공무직 포함) 1400명과 주민자치위원 497명을 상대로 실시한 패널조사 결과 응답층별로 63~68%가 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도 도의회의 행정체제개편 논의 움직임에 화답, 자치모형 개발 등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5일 2017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도의회 시정연설에서 "도민의 뜻을 담아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또 2017년 예산안에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비로 1억3000만원을 반영하는 등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도·도의회가 행정체제개편 논의에 다시 나선 것은 주민이 불편한 3단계 행정계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시행된 단일광역자치 행정조직은 무엇보다도 기초단체를 폐지, 도지사가 종전 4개 시장·군수의 권력을 모두 소유토록 함으로써 '제왕적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출현시켰다. 반면 행정계층은 '도본청-행정시-읍면동'의 3단계를 그대로 유지, 종전 '시·군 기초단체-읍·면·동' 2단계에 비해 1단계 추가됨으로써 주민생활과 직결된 자금 집행 및 민원처리시간이 지연되는 불편이 10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시말해 주민들이 도청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읍·면·동에서 민원을 해결했던 행정 민주성·효율성이 하락,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중심으로 도지사 권력 분산 및 행정시장의 민선시장 변경 보완 등 부작용 해소책이 꾸준히 제기됐다.

도·의회가 행정체제개편 논의 준비를 마쳤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우 도정 당시처럼 또다시 도의회·정당 등 정치권의 '대안 없는 반대'로 새로운 자치모형(안)이 좌절되면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하는 전철을 되밟을수 있다. 도의회는 2013년 9월 우 도정이 제출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행정시장 직선제'(시장 직선·의회 미구성) 동의안에 대해 "차기 도정으로 행정체제개편을 넘겨야 한다"며 부결했지만 △기초자치단체 부활 △행정시 권한 강화 △행정시장 도지사 선거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이렇다할 대안도 내놓지 못해 '무책임 정치'란 비판을 받았다. 

도·의회가 다시 논의할 행정체제개편이 도민들의 신뢰속에서 새로운 자치모형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추진 일정을 담은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자치모형(안) 선정, 도의회 동의 및 특별법 개정의 시기별 로드랩은 물론 특히 어느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것이지를 반드시 도민에게 공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로드맵 없이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면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가 3년전처럼 허송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투입된 용역비 등 행·재정력 낭비는 물론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섰던 도민 에너지만 고갈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한다. 지방정치권이 또다시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성과 없는' 결론을 내리면 주민이 불편한 행정체제를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도민 심판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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