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매년 11월25일~12월10일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이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11월25일을 '세계여성폭력 추방의날'로 기념한 1981년부터 시작됐다. 1991년부터는 여성폭력 추방을 위해 활동하는 세계 각국의 여성운동가 23명이 미국 뉴저지주의 여성국제지도력센터에서 '여성, 폭력,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11월25일부터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10일까지 16일간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 주간'으로 정했다. 또한 유엔에서는 1999년 총회에서 '세계여성추방의 날'로 공식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념행사를 가진 것이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 최초의 행사였다. 이후 한국에서도 같은 기간에 여성주의 상담 활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여성폭력 추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오고 있으며, 2013년 성폭력 특별법이 성폭력 특례법으로 개정되면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1월25일~12월1일을 '성폭력추방주간'으로 지정됐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의 경우 1993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여성차별철폐선언' 제 1조에 의해 "여성에 대한 폭력은 공적 혹은 사적인 생활에서 발생한 자유 박탈, 임의적 혹은 강압적 협박을 포함해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 고통과 위해를 낳는 모든 성별에 기반한 폭력" 즉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돼 '성폭력'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여성폭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일상을 위협하고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지역의 경우 최근 여성 대상 범죄들이 급증하면서 사회의 불안과 위험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늘 위험과 공존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때로는 일상을 침해받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8월, 제주시청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사건과 중국 관광객에 의한 여성살해 사건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으며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제주도민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11월8~9일 열린 '2016 제주시민사회포럼-제주특별자치도 10년 평가와 제주미래'에서 '여성정책 10년 평가'에서도 제주도는 안전하지 않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날 발표에서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도의 성평등 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성평등 지수 중 제주도의 안전지수는 2010년 60.9%에서 2014년 46.4%로 지방자치단체 중 최하위라고 했다.
이런 결과에서 주요한 점은 제주도의 여성정책이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 양적으로만 팽창하는 것 같은 제주도의 여성정책이 제주도가 말하는 생활체감형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구조를 좀 더 확대해 나가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성과적으로 드러나는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제주도의 여성정책은 결코 그 미래가 밝지 않고 성평등 지수는 점점 더 하락할 것이며, 제주도민의 '안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제주는 밀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공동체가 파괴돼가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안전망은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 사회의 여성인권과 안전은 결국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건강했을 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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