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 환경 - 인권'을 노래한다

 노래로 빛나는 세상. 지난 92년 1월 제주4·3의 진실을 노래를 통해 세상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창단한 노래빛 사월(대표 최상돈)이 노래를 하면서 걸머 진 화두다.그해 5월 창립공연‘사월은 오월은’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린 노래빛 사월은 밝은 세상을 꿈꾸는 ‘현장 사람들’곁에서 노래를 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해왔다.단체 이름을 ‘사월’이라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로 창단 8돌을 맞은 노래빛 사월의 노래 중심에는 ‘제주4·3’이 있다.매해 4월이면 이들은 4·3을 노래한다.처음에는 4·3의 진실을 알리는데 주력했지만 요즘은해원·상생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사월서곡-1948.4.3’,‘입산’‘한라산이여’‘화석’‘월동걸동 저 영산 보아라’등이 사월이 만든 4·3 음악회다.이때 발표됐던 창작곡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사월이면 여기저기서 조용히 목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노란 오름이 타오르는/남도의 봉화야/하얀 물옷 어깨걸고/잊혀진 산마루 올라/분노도 반역도 넘어/이어 이어서 올라라/분노도 반역도 넘어/이어 올라라/아- 통일의 한라산이여/웃뜨르 붉은 철쭉꽃으로/이어 이어서 이어서 피어/겨레의 빛으로 살아오누나”(‘한라산이여’1절,고창훈 시·최상돈 곡)

 이들은 또 6월 세계환경의 날을 기념하는 환경콘서트,12월에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인권 콘서트’를 전개하고,이 세상의 올곧은 역사와 환경,인권의 중요성을 호소력 짙은 연주로 세상 속으로 전파하고 있다.등하야간학교와 오석학교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밝은 희망과 꿋꿋한 용기를 심어주는 노래만들기에도 공을 들인다.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여성’들을 위한 음악회를 마련하는 등 ‘색깔있는 연주단체’꼽힌다.노동악법 철폐와 통합방송법 철회 농성장 등 현장지원에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가수 부순정씨(25)는 “통합방송법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현장에 지원나갔을 때 내가 부르는 노래가 힘이 되고 있구나 생각하니 스스로 감동되더라”며 노래하는 보람을 소중히 여긴다.

 이들의 연주특색은 연주곡목이 거개가 창작곡이라는데 있다.연주곡 대부분이 주제에 알맞는 창작곡을 선택해 부른다.노래빛 사월이 만들어내는 노래는 제주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이거나 공연 내용과 맞는 시를 찾아 곡을 붙이는 등 창작곡 이 주종을 이뤄 제주소재 창작곡 보급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한라산이여’‘평화의 섬’‘골프장 건설 십계명’‘사월에’ ‘입산’‘한내에서’등 100여곡이 선보였다.

 현재 노래빛 사월은 11명의 정회원을 주축으로 활동한다.20·30대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노래빛 사월은 김길수 부순정 좌경희 김기혁 고경순 강희탁씨가 가수로,고명신(신디사이저) 고홍협(기타) 고은아(신디사이저와 피아노) 김기혁(베이스 기타)씨 등이 연주단으로 활동한다.최상돈 대표는 작곡과 연출가,이승현씨는 기획을 맡아 자기몫을 다하고 있다.

 최상돈 대표와 2명의 상근 회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원들이 직장인이어서 이들의 모임은 주로 밤에 이뤄진다.회원들은 날마다 오후 8시면 사무실 겸 연습실에 자율적으로 모여 노래연습도 학고,악기연습도 한다.한달에 한번은 전체회의를 열고 사업평가와 사업계획 등을 논의한다.

 노래빛 사월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6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6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통해 노래빛 사월의 취지에 공감하고,정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지 역량을 평가받은 후에라야 정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직장 관계로,혹은 개인 사정으로 정기적인 활동을 못하는 회원들은 명예회원으로 노래빛 사월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노래빛 사월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는 노래단장 김길수씨는 “일반 노래모임과 달리 뜻이 있는 노래,즉 4·3,환경,인권 등을 노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느낀다”고 말했다.“개인적으로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가창력과 연주에 대한 이해를 높임은 물론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노래하고 있어 여느 대중매체와는 분명히 다른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연을 통해 감동을 심어주기 위해 다각적이고 실험적인 무대연출에 공들인다.단순히 노래하고,연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물을 가미하거나 안무나 영상 등을 곁들여 무대에 활력을 주고 있다.

 “제주도 사람은 제주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회원들 역량 키워나가는 한편 우리의 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게 노래빛 사월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연을 위해 이들은 현장을 찾아 분위기를 익히고,노래말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4월이면 4·3유적지를 순례하고,환경콘서트를 앞두고는 오름을 탐방해 제주환경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껴본다.인권콘서트를 위해서는 인권자료를 돌려가면서 읽고 토론도 벌이는 등 공연기획이 서면 테마기행을 통해 현장을 직접 살피고,그 느낌을 갖고 노래하고,작곡하고,편곡도 한다는 것이다.

 11명의 회원으론 규모있는 공연을 할 수 없어 이들 공연에 늘 객원이 따라야 한다.공연특색을 살리기 위해 춤꾼도,풍물패도,어린이민요단도 초청한다.무대의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 총체적인 무대연출을 실험한다.

 이들은 회원들의 월회비와 약간의 후원회비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늘 재정에 쪼달린다.약간의 문예진흥기금이 있어 공연하기는 하지만 열악한 재정은 이들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 늘 부담으로 따라다닌다.하지만 이들은 노래할 수 있는 열정으로 노래빛 사월의 색깔 만들기에 게을리하지 않은다.

 한 회원은“사회활동하면서 자기표현을 제대로 표출하기가 힘들다.하지만 말보다 음악적 장르를 통해 사회공동체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노래빛 사월의 매력이다”고 한다.갈수록 청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중음악보다 의미가 강하고,노래를 통해 제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청중들의 반응이 이들의 축처진 어깨를 세워준다는 것이다.

 노래가 좋고,노래하는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노래꾼 사월은 새천년에는 노래를 통해 이 세상의 역사가 올곧게 자리매김하고,우리의 삶과 환경 속에 고운 빛으로 채워질 수 있길 소망한다.<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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