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민 ㈔제주미래발전포럼 이사장·논설위원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제주관광산업에 대한 의미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제주의 관광산업 성장률이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을 넘어서지만, 관광산업의 부가가치가 기업의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기업의 영업이익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관광산업이 호황이라고 하더라도 작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의 1인당 평균지출액(33만6500원)은 2010년(31만1300원)에 비해 연평균 1.5% 증가하는데 그침으로써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관광산업에서 신규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같지만 절반 정도가 임금수준이 낮은 숙박·음식점에 집중되고 있고, 이는 관광산업 종사자의 낮은 연평균 임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 관광의 질적인 성장에 관한 논의는 그 동안 숱하게 지적돼온 화두다. 세계적 관광지인 하와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지만, 아직 제주는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로 도약하지는 못했다. 올해 1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을 넘는 정도이고, 이마저 중국관광객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의 '불합리한 저가여행 정돈' 지침은 제주 관광의 양적인 성장마저 위협할 수 있다. 제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오감만족 관광을 지향해야 한다. 제주 관광은 그간 세계자연유산 등 제주에 주어진 천혜의 자연조건을 이용한 관광에 치중해왔다. 관광은 오감을 만족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지만 제주 관광은 보고 듣는 관광에 머물렀고, 이는 제주관광의 질적인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사람 신체의 오감이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라면, 제주 관광의 오감은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고 공유하는 관광으로서 제주와 함께 성장하는 관광을 뜻한다. 이제 제주 관광은 오감만족 관광의 실현을 위해 즐기고 느끼고 공유하는 관광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즐기는 관광은 레저 문화의 확산에 따른 레포츠 산업의 활성화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이는 제주의 혼과 정신을 담은 전문 공연장의 설립과 콘텐츠의 개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체험과 과학의 융합, 제주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대표 캐릭터의 개발 등을 통해 관광객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제주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을 의미한다. 느끼는 관광은 관광객이 제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제주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관광이다. 최근 '제주 한 달 살기' 열풍은 느끼는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거주비용의 부담은 이 열풍을 '찻잔 속 태풍'에 그치게 할 수도 있다. 공유 또는 공생하는 관광은 관광의 이익이 관광객과 도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관광을 뜻한다. 관광객이 증가하더라도 일부 대기업과 관광 관련 기업만이 이득을 독차지하고 도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은 요원하다.

오감만족 관광의 실현을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하나는 서비스 마인드의 실현이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의 정비이다. 제주관광의 대표적 불만족 사항 중 하나가 서비스 마인드의 부재인데, 좋은 서비스는 관광객의 재방문률을 높이는 첩경이 된다. 또한 제주도정도 관광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하에서 관광의 질적 성장이 담보될 수 있다. 이제 오감만족 관광의 실현을 위해 우리 모두의 힘과 노력을 모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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