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경기가 위축됐다고 모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불황일수록 립스틱이나 라면과 같이 잘 팔리는 품목이 나타나기도 한다.

'립스틱 효과'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 대부분의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데 반해 여성들의 립스틱 매출은 증가한데서 기인한다. 자신을 가꾸는데 지출할 여력이 없어지자 가격은 낮지만 자기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품목으로 소비가 전환됐던 것이다.

일정 기간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질 때마다 기업의 부담도 커지지만 그만큼 시장기회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오래되면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비행태가 눈에 띈다.

이 현상은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심리로 나타나고 있다. 명품을 원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용을 누릴 수 있는 품목에서라도 가치있는 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세계를 매혹시킨 78개 스몰럭셔리 상품' 보고서에서는 식품, 화장품뿐만 아니라 도시락, 칫솔, 아이스크림 스푼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치있는 제품을 사용하려는 글로벌 소비자의 트렌드를 알려주고 있다. 

스몰 럭셔리 현상을 통해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아내는 합리적 구매도 활발하다. 이미 우수한 품질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생각과 달리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해 품질까지 낮춰 내놓은 제품들이 실패하는 이유다. 도내 기업 활동에 관심이 많은 필자도 최근 집중하는 분야 중 하나가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다.

제주만의 장점을 더하다보면 아직 어느 지역에서도 시도해보지 못한 탁월한 제주 브랜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도 2017년 대표적 소비 트렌드로 '가성비' 높은 제품의 소비를 들었다. 제품에 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을 찾아 나서고 있어 당분간 지속될 트렌드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에 비해 우수한 품질을 인식시킨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의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제품 비중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또 소비의 다양성은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으로 인한 '나홀로'족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며, 유통업체에서는 혼족들을 위해 전에 없던 1인용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혼자 사는 노인을 핵심 고객층으로 삼은 편의점이 증가하면서 제품 외에 은행 업무나 위급상황시 자녀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와 시장은 경제적, 사회적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트렌드라는 형식으로 일정 기간 공통된 욕구를 보인다.

과거에는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점차 애플이나 구글처럼 소비자가 욕구를 느끼기도 전에 먼저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할 때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수익으로 연결됐던 시절과 달리 트렌드에 따라가는 제품을 계획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었음을 의미한다.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역량은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 관심에서 나온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 기업이 이끌어가는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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