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하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제주도지회 부회장

매년 12월1일은 유엔이 정한 에이즈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AIDS환자와 HIV감염인(HIV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증상이 없는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에이즈 예방을 강조하기 위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이즈 퇴치연맹 제주지부는 15년 전부터 청정 제주를 지향하면서 뜻있는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꾸준히 에이즈 예방교육, 청소년 성교육 등을 일선에서 사명감을 갖고 담당해오고 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전세계적으로 7800만명이 감염됐고 3500만명이 에이즈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2000년 들어서 전세계의 HIV 감염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규 HIV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감염 연령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2015년 들어서 누적 AIDS·HIV감염자 수는 1만명을 넘었고 신규 HIV감염자는 1152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10대가 42명(3.6%), 20대가 383명(33.3%)으로 가장 많다. 30대 278명(24.1%), 40대 217명(18.8%) 순으로 20~30대는 57%이며, 20~40대는 76%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환자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에도 30년, 40년 이상의 창창한 인생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 감염인들이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친구를 사귀고, 가족을 이루는 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많은 걸림돌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AIDS는 다행스럽게도 의학의 발달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로 관리가 가능한 상태가 됐고 실제 수명도 길어졌다.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마치 당뇨나 고혈압을 조절하듯이 만성질환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병해서 병으로 죽는 에이즈 감염자 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AIDS가 만성적인 질환처럼 치료가 된다고 해서 결코 당뇨나 고혈압은 아니다. 사회적인 낙인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사회의 차별과 편견도 같이 극복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어려운 질환인 것이다.

유엔 국제 에이즈 대응 전략에서는 2030년까지 '신규감염 제로, 에이즈사망 제로, 에이즈 차별 제로'를 달성하기위해 2020년까지 '90-90-90' 치료 목표를 세웠다. 즉 감염인의 90%가 자신의 감염사실 알기, 감염 진단 받은 사람의 90%가 치료 받기, 치료 받은 사람의 90%가 면역 유지를 달성해 2020년까지 신규감염을 50만명 이하로 줄이기, 에이즈로 인한 사망을 50만명 이하로 줄이기, 차별 없애기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든 에이즈 등록자에게 무료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에이즈 감염자 지원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에 예산이 집중되다보니 대국민 에이즈 홍보가 축소되고 있고, 주요 에이즈 사업기관 홍보예산도 축소되는 실정이다.

AIDS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에이즈에 대한 지식수준은 낮으며 특히 질환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감염 경로에 대한 오해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에이즈 검사를 받는 숫자는 저조하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타인을 감염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보를 정확히 알리는 노력, 특히 성적 호기심과 성적 활동이 많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건강한 성교육을 활발히 해야 하며,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AIDS의 감염경로는 명확히 알려져 있고 치료방법도 확립됐다. 문제는 예방이다. 예방 교육과 홍보를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예산도 확보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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