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산불진화구역을 담당하는 외국에서는 물을 수 있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유사시 투입한다. 헬기보다 빠르고 많은 물을 실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산불의 규모도 커서 공중에 떠있으면서 지휘소가 돼 지상의 진화반원에게 화급한 위치를 알려준다. 말 그대로 입체진화작전인 것이다.

섶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재난에 대한 대비자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공무원을 동원한 맨손 진화작업이 어려움을 보여준 것이다. 여느 곳의 산불이라고 다른 건 아니지만 우리가 준비된 것은 간단히 등에 맬 수 있는 작은 물통이 전부다. 고작 나뭇가지를 꺾어들고 불이 번지지 않도록 진화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어쨌든 넓은 지역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까. 그러나 그것 만으론 모자라 다는 점 인정치 않을 수 없다. 빠른 시간 내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진화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방헬기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은 옳은 일일 것이다. 당국도 이미 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비까지 확보해놓고 있었다니 인식에는 모두 같은 생각인 셈이다.

‘인프라’라고 곧잘 쓰는 단어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줄임 말이다. 경제활동의 기반시설을 뜻한다. 항만·공항·도로·농업기반시설까지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과 혼용해 사용한다. 둘다 직접적인 제품생산을 담당하는 공장과 같은 시설은 아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생산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지칭한다.

가령 도로와 같은 기본 시설이 없다면 생산한 물자를 수송에 비용이 든다. 공업용수가 없는 곳에 공단이 생겨날 수 없고, 농업용수는 각종농사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게 없다면 농업·공업용지의 입지적 요건이 못된다. 그래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재난은 파괴와 소멸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는 일은 새로운 걸 생산해내는 일 못지 않게 이익이 된다. 원인행위가 발생치 않도록 주의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나아가 재난대비에도‘인프라’와 같은 개념도입이 필요하다. 화재와 같은 재난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은 중요성이 어느 것에도 못지 않다.생산만이 전부가 아니라, 있는 걸 지키는 것은 그보다 값진 것이다.<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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