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대관, 평론가 원고료, 팸플릿 인쇄…. 화가들이 전시회 한번 여는 데 드는 비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0만원 가량 든다. 창작열 외엔 가진 것이 없는 젊은 작가들에겐 이런 ‘준비’가 더욱 벅차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양창보)이 사이버 갤러리(http://art.jcaf.or.kr/) 개설과 함께 이달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개최하고 있는 제1회 기획전은 작품자체 보다 전시회 준비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뺏기고 있는 화가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온다.

 이번 기획전의 주제는 ‘제주의 아침’이다. 도내 37세 이상 중견작가 31명과 작품이 인터넷 웹 상에서 소개되고 있다.

 서양화부문에선 변시지·고영만·한명섭·강영호·고영우씨 등 10명이, 한국화부문에선 양창보·부현일·강부언·김천희·김현숙씨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조소부문에선 문기선·김방희·임춘배씨 등 8명이, 판화부문에선 박성진·김연숙씨 등 2명이 참여하고 있다.

 출품작은 작가 당 2점씩이며 최근 작품 또는 평소 작가가 아껴온 소장품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인터넷에 친숙한 젊은 애호가들이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도 쉽게 미술품과 미술인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 

 사이버 갤러리는 그동안 지적돼 온 미술계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기대가 크다. 우선, 소위 ‘줄’을 잘 잡은 소수 작가를 빼고는 화단의 주류에 끼기 힘든 현실, 대중의 미술에 대한 외면 등에 대한 타개책이 될 수 있다.

 또 특정장소를 임대할 필요가 없는 데다 시간 구애도 받지 않고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작가들의 호응이 크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미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미술작품 만큼 실제로 보는 것이 중요한 장르도 없다. 팸플릿도 마찬가지지만 컴퓨터 모니터가 작품의 독특한 색상, 질감 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이버 갤러리는 작가나 작품을 단순 소개하는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일례로 색감이 떨어지고 일부 작가들의 경우에는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전혀 없다. 또 조소작품들도 3차원 영상이 아니라 평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이버 갤러리는 적은 비용으로 작품 홍보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획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또 사이버 갤러리 운영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은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710-3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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