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임시대통령은 2일 아르헨티나에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불러온 자유시장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두알데 임시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자유시장경제 정책으로 지금 한푼의 페소화도 남지 않았다”면서 “닳아빠진 경제모델을 오늘부터 버리고 부의 분배와 시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좌익 인민주의자인 두알데의 이같은 선언은 파산 지경에 이른 국가를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고삐 풀린 자유시장경제학에 대항하고 국제금융재정기관들에도 아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알데 임시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 성장을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극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의 빈곤층과의 격차를 초래한 과거 정권들의 자유시장 개혁정책을 맹렬히 비판해온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싱크탱크인 ‘파운데이션 캐피탈’의 경제전문가 마르틴 레드라도는 “두알데 임시대통령은 과거와는 달리 자유시장정책에서 벗어나 보호주의 경제체제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두알데는 대통령직 수락 연설에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달러-페소화 1대1 고정환율제와 진보적인 수입정책, 금융투자 촉진정책에 바탕을 둔 과거의 ‘낡아버린’ 경제정책 모델을 버리고 새 정책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는 3일 두알데 임시대통령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금융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아르헨티나가 국제금융기관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경제계획을 수립할 경우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도 IMF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미셸 데이비스 미 재무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을 갖고 IMF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새 경제정책을 분석할 것이며 아르헨티나가 지속 가능한 경제계획을 제시할 경우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알데 임시대통령은 공식 취임행사를 마친 뒤 “새 내각 명단을 3일 발표하고 신임 경제장관이 4일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입각 예상 후보와 관련, 두알데 임시대통령의 새 경제정책을 집행할 경제장관으로는 조르게 레멧 레니코프 의원(53)이 임명될 것이라고 두알데 임시대통령 대변인이 이날 확인했다.

또 외무장관으로는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집권시절 부통령을 역임한 카를로스 루카우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가 외무장관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안토니오 카피에로 연방 상원의원이 전했다.

루카우프 주지사는 외무장관 취임 즉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주요 회원국인 브라질을 방문, 아르헨티나 사태를 설명하고 브라질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루카우프 주지사의 외무장관 발탁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아니발 페르난데스 노동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됐으며 신설되는 산업장관에도 ‘친두알데계’ 인사들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대통령의 임기문제를 놓고 두알데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네스토르 커치너 산타크루스 주지사와 카를로스 레우테만 산타페 주지사는 내각조정장관(국무 총리격) 제의를 거절했다.

또 호세 마누엘 델라소타 코르도바 주지사도 “두알데 정부가 어떤 각료직도 제의한 바 없다”며 각료 제의설을 일축한 뒤 “임시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고 늦어도 오는 4월초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말 현재 아르헨티나의 공공부채는 141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9.3% 늘어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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