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택 전 제주특별자치도 자원봉사협의회 회장

국가시책과 더불어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복지욕구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봉사자의 수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도내 자원봉사자는 오래전의 목표였던 10만명을 훨씬 넘었다. 2016년 11월말 자원봉사 1365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이가 13만1362명(등록율 21%)이며, 이중 활동인원(연간 1회이상 참가자)은 7만931명으로 자원봉사 활동률이 54%에 달해 2012년부터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16일 '도(道)자원봉사자대회'가 계획돼 있어 미리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하고 경의를 표한다.

자원봉사란 보수 지위 명예 등의 교환을 바라지 않고 자의로 사회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자원봉사자는 개인적 활동보다 자원봉사 조직이나 기관을 경유해 체계있게 봉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봉사분야는 널려있지만 의욕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봉사자의 사정(시간 소양)과 봉사가 필요한 분야를 파악하고 적절한 배정과 기록이 필요하기 까닭이다.

이를 연결해주는 기관이 행정시 및 도자원봉사센터이다. 이곳을 통해 소양교육도 이수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재가, 복지시설, 전문분야, 지역사회, 기관단체 등 봉사하고 싶은 곳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뿐만 아니라 재능이나 금품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원봉사의 기본정신은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지속성인데, 이러한 자기실현의 요소를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도민들의 미풍양속이 '수눌음'이라는 협업체제이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모다들엉 수눌어(모여들어 품앗이)' 하면 적기를 놓치지 않고 급한 일, 어려운 일을 쉽고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노동력을 저축했다가 쓸 수 있다. 제 집 일처럼 성의껏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때문에 일처리의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 보수가 없어도 어려운 일을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다.

대개 집을 지을 때, 지붕 잇기, 농번기의 김매기, 작물수확, 큰 나무를 끌어내리는 일, 연자매 작업, 조밟기, 벌초, 마을길을 닦을 때, 번쇠와 같이 일시적인 공동의 역사(役事)나 농사일에 힘을 합해 협조하는 모든 작업뿐만 아니라 마을안의 자력 없는 주민이나 불우한 이들을 돕는 일도 수눌음에 속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관습화돼 있어 제주공동체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나 진배없었다.

수눌음에는 보수(삯)가 없다. 일당(日當) 개념의 품삯을 받지 않는 대신 노동력으로 되돌려 받는다. 삯 없이 전에 거들어 주었던 일 대신에 삯 없이 거들어 주는 일 또는 '앞으로 거들어 달라'는 조건으로 미리 남의 일을 무보수로 거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상호간에 노동력을 좋은 쪽으로 순환시키는 관습이었지만, 근래에는 하루 보수(일당)가 워낙 높아져 수눌음 참여가 퇴조하고 있다.

수눌음의 핵심 요소는 연대와 협동, 돌봄과 배려로서 선순환(善循環)에 내포된 기본정신이다. 선순환이란 선한 마음과 선한 행동에서 시작하면 좋은 현상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뜻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나 노동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복지(福祉)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선순환 리더로서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과 좋은 상호작용을 통해 선(善)순환의 인연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선(善)의 기운이 가정과 직장, 사회, 국가를 충만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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