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에 고향 땅을 밟은 한 재일동포가 애틋한 ‘모교 사랑’을 실천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신화 유한회사를 운영하는 김종옥씨(68)가 그 주인공. 김씨는 3일 오전 부인 김봉자씨와 함께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초등학교를 방문, 양정권 교장에게 학교기자재 구입비를 기탁했다.

이번 성금은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그가 평생을 꿈꿔온 작은 소망이었다. 자신은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배우지 못했지만 후손들은 좋은 환경에서 향학에 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릇한 기억 때문에 자신의 졸업여부조차 확실치 않았던 김씨는 이날 학교 졸업대장에 적힌 ‘3회 졸업생 김종옥’을 확인하고 감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릴적 이 학교(당시 고산공립초등학교)에서 학우들과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던 추억을 잊은 적이 없다”며 “모교와 후세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게 돼 이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사촌동생 김건길(56)·김태호(52)씨 등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16세때 일본으로 건너간 뒤 53년만의 첫 방문이다. 

김씨는 일본에서 밤낮없는 노동일과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며 한국요리 재료판매업인 지금의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김씨는 1일 친지들과 함께 고산리·명월리에 있는 선친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2일에는 제민일보사를 방문했다.

김씨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고향 친지와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자식들에게도 선친이 묻혀있는 제주에 대한 애향심을 심어줘 제주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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