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새해 벽두부터대선을 의식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상도동으로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을 방문한데 이어 조만간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와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과의 영수회담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물론 김 대통령이나 JP와의 회동이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단계는 아니나 주변여건이 성숙했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김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의 엄정 중립과 대선 불개입을 선언한 마당에 굳이 영수회담을 거부할 `명분"이 없고, 이 총재 자신이 경제 살리기를 선언한 마당에 야당 총수로서 대통령과 만나 국가경제 회생방안을 협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 총재 핵심측근은 "우리의 요구조건이 수용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영수회담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이 과거처럼 언론을 통해 여야 영수회담을 불쑥 제의하면 될 일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간에 충분한 대화와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 총재는 JP와의 회동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휴식중인 JP가 오는 6일 귀경하는 대로 양측간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러나 JP가 대권도전을 선언할 예정인 오는 15일 이전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15일 이후 만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이 총재는 오는 7일 노태우(盧泰愚), 8일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을 연희동 자택으로 각각 방문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 총재가 연초부터 `3김" 및 전직대통령과의 회동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12월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잠재적 라이벌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3김"을 적극 포용,`반 이회창 연대" 구축에 페달을 밟으려는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고 `3김"과의 화해를 통해 `이회창 대세론"을 굳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총재가 3일 그동안 냉대를 받아오던 YS를 전격 방문, 귀엣말을 나눌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냄에 따라 이런 행보가 이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도동측은 그러나 "야당 총재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야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주문이지 이 총재에 대한 YS의 기본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YS 핵심측근인 김기수 전 청와대 수행실장은 `YS가 결국은 이 총재를 지지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앞으로 이 총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이번 회동이 관계개선의 단초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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