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문충성 시인 22번째 시집 「귀향」 발간
제주현안·4·3·죽음에 대한 직접적 표현 등 담아

"…바람이 불지 않아도/지워지네 하나하나/어느날/다 지워져/텅 비워지게 될 때/껍데기세상 벗어나/갈 수 있을까 정말로/저 세상으로"('정말로'중)

40여년의 시간이 응축된 시어는 갈수록 '맨질맨질' 해진다. 요즘식의 가볍고 화려한 느낌이 아니라 격랑의 바다 위로 제주어와 4.3를 띄우며 날 선 칼끝으로 섬을 후벼 팠던 작가의 한껏 정제된 낮은 목소리다. 팔순을 앞둔 나이, 두 번의 고비를 넘기며'죽음'을 관조해온 작가가 스물 두 번째 시집을 냈다.

"…'누겔 찾암수과?'/이렇게 말해야 찾는 이 얼굴/생각이 나겠지요…"('귀향' 중) 어느 순간 사라져가는'고향'에 기필코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에 이전처럼 단어 하나, 시구 하나에 가슴이 찌릿했던 느낌은 덜하다. 대신 콕콕 와 박힌다. "…그래 30년 후엔 다시 제주바다가 될 것을/어떤 잘난 비평가는 나보고/탑동에 관한 시를 다시/쓰지 말라고/그런데/요즘/세번째 매립한다고"('탑동 매립 세 번째 한다고' 중)

시 중간 의도한 듯 지인의 이름이 언급되고, "…눕고/싶어/허리/펴고/눈 감고"('하얀 날' 중) 같은 죽음에 대한 직접적 표현이 신경 쓰여 감히 시집을 눕힐 수 없다. 도서출판각. 1만2000원.

한편 시인은 기자를 거쳐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퇴직 후 명예교수로 있다. 

1977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제주바다」(1978),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1997), 「마지막 사랑 노래」(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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