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장, 정치평론가, 논설위원
한국의 온갖 국민들이 오고 가는 이곳, 이곳은 광화문 광장이다.
이곳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잘 가꾸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의 중요성은 최근에 더 강회됐다. 살아있는 권력과 살아있는 국민들의 힘 관계가 이곳에서는 한달 반 이상을 싸워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곳에서 그 투쟁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운동 양태의 대단한 변화였다. 이곳에 모인 대중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인들을 동원한다. 이를테면 애인, 또는 가족끼리 온 경우가 많았다. 가족끼리 온 경우는 꼭 아이의 돌봄 시스템과 함께 했음이 분명했다. 즉 아빠들이 애를 주로 보았고, 엄마도 거기에 보조시스템으로 참여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얼마나 민주화된 시스템과 목소리를 실감있게 배울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필자가 이 '촛불평화대행진'에 참여한 계기는 제2회 대회때부터다. 그런데 필자는 그날 필수적으로 놀란 현상 한가지를 발견했다.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조항의 시위구호다. 아니 너무나도 확실한 이 조항을 가지고 시위의 구호로 삼다니, 그러나 이 첫번째 조항에는 엄청난 투쟁의 역사가 지금도 숨을 쉰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현대화 과정에서 조국을 지키고자 힘썼던 모든 운동들이 이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동학농민투쟁사, 3·1운동, 임시정부 수립사, 제주4·3 투쟁사, 부정부패추방사, 부정선거 추방과 4월혁명, 오랜 학생민주화 운동, 부산민주항쟁, 광주민주항쟁, 그 이후 전국에서 벌어졌던 국민운동본부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민주화 항쟁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구호를 가족단위에서 따라야 했는데, 아이들까지 따라하고 있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저는 그 때 시대가 생각나서 눈물겨웠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리고 23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줄기차게 다음 구호를 따라하고 있었다. 이제 넘쳐나는 구호를 박근혜 대통령이 답을 할 차례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결정은 계속 미뤄졌다. 새누리당의 '비상시국회의'가 처음에는 야3당의 탄핵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었다. 이것은 탄핵안의 통과가능성을 급격히 줄여놓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즉 12월3일에 있었던 '평화대행진'의 집회 모습을 보고, '비상시국회의'가 지신들의 입장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촛불평화대행진'은 우리사회에 아직도 강력하게 남아 있는 헌법불일치 현실을 파악해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그 가운데는 일단 재벌에 대한 세금체계와 거기에서의 반봉건적인 노동과 임금체계가 거론될 정도로 그만큼 높아졌다. 임금체계는 같은 노동에 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노동은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의 임금이 그만큼 달라졌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같이 비정상적인 노동과 임금의 격차가 가능해지게 된데는 우리 정당내의 공천자를 뽑는 시스템이 계보를 통해서 뽑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경쟁 시스템 이외에 다른 시스템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대외적인 선전의 이미지는 선진국이다. 선진국이면 당연히 재벌의 임금과 노동시스템도 완전히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정당의 리더십도 이제는 반봉건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현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사항은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