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최근 몇 년동안 광풍에 가까울 만큼 과열됐던 건축경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매달 1000명 이상 유입되던 인구가 요 몇 달새 주춤하는 추세를 보이고 주택 공급도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제기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양 행정시가 부동산투기와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소위 '쪼개기'에 의한 건축을 강력히 제재하는 등 행정적인 조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또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도로와 상·하수도 등 건축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난개발 방지 등에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행정시도 쪼개기로 의심되는 여러 건의 건축허가 신청에 대해 실제 건축주를 따지는 등 적극 대처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는데 따른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실상 동일인이 택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 여러 건축주 명의로 신청한 건축허가를 반려하는 사례마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는 지난 10월에는 5개 법인이 허가받은 건축허가 5건(총 20개동 232세대)에 대해 건축허가 취소 사전통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내리기도 했다. 기한 내 미착공에 대한 건축허가 취소는 종종 있었지만 분양중인 공동주택에 대한 건축허가 취소 통보는 전국에서도 처음이라는 후문이다.

더욱이 시행사는 이미 100여세대를 분양한 상태로 건축허가 취소가 확정될 경우 몇십억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등 파산이 불가피한데도 담당부서는 "분양승인 대상 사업이 아니어서 사업자측 파산 여부는 건축허가 취소에 대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등 냉정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열릴 예정인 청문에서 건축허가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일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업자측은 취소 확정 시 서귀포시와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예고함에 따라 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서귀포시의 건축행정이 건축업계를 비롯한 도민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서귀포시가 도로개설 약속을 지키지 않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귀포시 강정동 A씨는 2006년 서귀포시가 프로축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를 유치할 당시 전용축구장과 클럽하우스를 짓기 위해 축구장 부지에 있는 폭 6m짜리 도로를 폐쇄하는 대신 8m도로 개설을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다.

A씨는 그러나 서귀포시 관련부서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아직까지 대체도로를 개설해주지 않아 클럽하우스 북쪽에 있는 자신의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10여년전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서귀포시의 약속을 믿고 도로 폐지에 동의해줬는데 이제 와서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나몰라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A씨는 클럽하우스 동쪽 현황도로인 6m 도로를 도로로 지정해주거나 클럽하우스 서쪽에 있는 하천관리용 도로 가운데 폭이 가장 좁은 4m 구간을 8m로 넓혀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서귀포시는 모두 거부하고 있다. 

현황도로를 실제 도로로 지정, 건축허가를 내준다면 개인에 대한 특혜의 소지가 있고 하천관리용 도로는 관련 규정상 4m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하천관리용 도로가 최고 8m로 포장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서귀포시 약속에 따른 대체용 도로라는 점을 방증한다는 A씨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투기와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유재산권까지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정은 최대한 절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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