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헌 갤러리 17~31일 '흙 다섯 가지 이야기' 전시
김남숙·송주란·오옥자·이지영·홍은실 도예가 참여

"…없는 것 두고는 모두 다 있는 곳에/어쩌면 이 많은 외로움이 그물을 치나…있는 밖에는 아무것도 곳에/어쩌면 이 많은 사랑이 그물을 치나" 해방 후 한국 시단을 이끌었던 청록파 조지훈 시인의 '흙을 만지며'를 가만히 곱씹어 본다. 혼란기 권력과 불의를 질타하던 큰 어르신이 '풍기는 흙냄새'에 귀를 기울였던 이유를 따라가면 그 곳에 '기본'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면서도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난 '흙'을 주연으로 한 전시 공간이 한해의 마무리를 채근한다.

17일부터 31일까지 심헌갤러리에서 열리는 '흙, 다섯 가지 이야기'다.

여성 도예가 5명이 모이면서 섬세함과 온화함 같은 단어가 총총히 쌓인다. 김남숙의 '꿈꾸는 돌', 송주란의 '살레', 오옥자의 '창이 있는 풍경', 이지영의 '리멤버', 홍은실의 '겨울꽃님' 등 작가마다 꿈꾸는 세상이 다른 만큼 흙을 다루는 상상력에 저절로 마음이 간다.

시작은 '흙'이었으나 불과 손을 거치며 표정을 바꾼 것들은 슬쩍 다른 소리를 낸다. 세상 모든 것이 경험이라 생각한 모든 것을 단단하게 붙들고 있는 듯 싶으면서도 이내 온 힘을 다해 펼친다. 묘한 기운이 평범해 보이나 '생명을 잉태하는' 공통점 아래 부드럽고 자유로운 선을 타고 흐른다. 마치 모든 것을 받아주고, 감싸주고, 막아주던 어머니의 치맛자락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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