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대기업의 대형할인매장이 제주에 진출한지 올해로 20년을 맞는다. 신세계는 1996년 11월 이마트 제주점 영업을 개시한후 2003년 8월 신제주점, 2006년 6월에는 서귀포점까지 문을 열면서 영업망을 확대했다. 또 홈플러스는 2006년 1월 서귀포점 영업을 시작했고, 롯데마트는 2007년 8월 제주점을 개점했다.

대형할인매장들은 개점 초기부터 저렴한 가격과 구매 편의성 등 월등한 자본력을 무기로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전통시장·골목상권 등 소규모 지역상권을 무너뜨렸다. 제주대 관광과 경영연구소가 2003년 대형할인매장 첫 진출 이후 7년간 변화된 지역상권 매출액 조사 결과 61.2% 감소했다. 중소기업청은 대형할인매장 진출로 제주 전통시장 매출액이 2008년 4392억원에서 2013년 2538억원으로 5년간 40%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형할인매장의 호황세는 개점 20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 매년 실시중인 국내·외 관광객 유치마케팅으로 대형할인매장의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 10월 대형할인매장을 포함해 발표한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1년전 보다 29.6% 증가했다. 제주도·한국은행 제주본부·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15년 제주관광 총수익도 대형소매점이 1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30%에서 2015년 35.1%로 더 늘었다. 도가 도민 혈세를 투입한 마케팅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올해 1500만명까지 급증하고 있지만 성장의 혜택을 대형할인매장이 더 많이 누리고 있다. 

대형할인매장 5곳이 제주관광산업 성장의 열매를 누리고 있지만 출점 당시 도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약속한 △중·소기업 생산품 매입 △인쇄물 발주 △기부금 지원 등 지역 기여도는 1~2%에 그칠 만큼 '말 잔치'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정유섭 국회의원의 2015년 전국 대형할인매장 지역 기여도 분석 결과 도내 5곳의 제주기업 생산품 매입은 전체의 1.1%에 그쳤다. 또 판매상품 전단지 인쇄를 제주업체와 계약한 실적 역시 0.2%로 초라한 가운데 롯데마트 2600만원을 제외한 이마트·홈플러스는 전무했다. 특히 지역 기부금 비율도 1.7%에 그쳤고, 홈플러스 서귀포점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제주 출점 20년을 맞은 대형할인매장 5곳의 '초라한' 지역 기여도는 제주 출점 20년간 밝힌 지역사회 공헌 약속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배만 불렸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인구·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지역경제 성장의 단맛만을 좇는 대형할인매장들의 반칙을 도민들이 용인하거나 무관심하면 지역상권 붕괴와 소상공인의 빈곤층 전락 등 그늘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할인매장이 인구·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성장의 이익과 책임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출점 당시 밝힌 상생약속 실천과 함께 지역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특히 대형할인매장의 자체 브랜드 제품 등 상품 판매액 증대에 따른 포장재 사용량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12월부터 도민들이 청정환경 보전을 위해 실천중인 쓰레기 배출량 감축 및 재활용률 향상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할인매장의 제주기업 상품 매입비율이 1.1%로 저조한 현실은 서울·경기 등 타지역 공장의 제품생산 과정에서 사용한 포장재들이 제주로 반입된후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키기에 처리비용을 도민들과 함께 분담하는 책무 역시 매우 크다. 

이에따라 도·도의회는 현재 논의중인 환경보전기여금 부과 대상에 관광객 외에도 대형할인매장을 추가해야 한다. 대형할인매장이 청정환경의 가치를 보전하면서 제주와 공존할 수 있도록 환경보전기여금을 납부하는 것은 제주지역과 상생을 실천하는 책무이기 때문이다. 지역 기여도가 초라한 대형할인매장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쓰레기 처리 부담을 도민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수익자 부담원칙과 연계시키는 도·의회의 세밀한 정책 수립을 주문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