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교수·논설위원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 달력과 다이어리가 연구실에 들어왔다. 늘 그런 것처럼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 것일까.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약속 중에 하나가 시간과 숫자가 아닐까. 사람들은 시간과 숫자의 약속과 법규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토요일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고가면서 우리 일상을 본다. 사람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다. 그 자리는 머물지 앉고 계속 순환되는 자리고 잠깐 빌려 앉은 자리다. 그것이 일상이고 인생이다.

지하철 사람들 저마다의 다양한 표정들이 아침의 풍경인가. 머리를 만져보고 표정도 지어보는 모습, 휴대전화 보는 사람, 거울 보며 화장하는 사람, 눈감은 사람, 연인과 속삭이는 사람, 여행하는 사람, 외국인, 피곤이 가시지 않은 표정 등 참 다양한 모습인데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아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세계의 리더국가다. 리더의 품격이 아쉬운 현실이다. 리더는 겸손과 배려다. 리더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그래서 밝고 맑은 사회를 만들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그런 공간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여의도의 풍경은 자기당의 견해와 주장과 맞지 않으면 상대는 나쁜 당이 되고,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배려하지 않으며, 다가서지 않으며, 배려심이 없는 리더의 자격상실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리는 국민대표자의 자리다. 그 자리는 국민의 품격을 대표한다. 그 자리의 행동과 자세는 국민교육의 장소다. 세계의 리더국가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그 자리에서 리더의 배려와 겸손, 그리고 포용의 미덕을 보여주는 일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그 자리는 순환되는 국민의 자리다. 개개인의 사람됨이나 인격은 국민의 대표자의 자질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의 광장은 오로지 당리당략과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이 상실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법은 만드는 사람들이 준수하고 존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법의 준수와 존경에서 시작하고 판단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사회가 경영돼야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일상, 대표자들의 행동과 자세가 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교육은 사회의 미래다. 교수가 교육현장에서 학생에게 바른생활의 지표를 가르치기가 어렵다. 현재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 신문 등에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시대다. 지도자들의 언행을 이들 매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 익숙하다. 사람들은 이들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예속된다. 젊은 대학생들이 인터넷이나 SNS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모두가 어쩌면 기획된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거나 아니면  생활자체가 사고자체가 기획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기획된 공간은 소비자의 욕구를 유혹한다. 기획된 공간은 배려나 여유가 드물다. 기획된 공간은 그 자체가 교육이고 일상이 되고 있다.

이제 겨울방학이다. 방학은 학교에서 학기를 마치고 일정기간 수업을 쉬는 일이지만, 방학은 학교에서 학기 동안 배운 지식을 넓히고 경험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다. 학생들에게는 기획된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사회를 배우고 자연과 벗하고 독서하고 친구도 만나고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는 방학을 권한다.

우리 모두가 세계의 리더가 되도록 우리 일상의 품격을 되돌아보는 2016년 송년을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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