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구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2011년 1월8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어난 총기난사로 당시 40세 여성인 기퍼즈 하원의원이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기퍼즈 의원은 곧바로 애리조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미리 대기한 외상팀은 사고발생 37분 만에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이 하원의원은 꾸준한 재활치료로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했다. 치료과정이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요소들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진 결과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병원전단계의 중증도 환자분류(머리 관통상: 중증 외상환자) △ 분류에 따른 적합한 병원으로 환자이송(해당권역 level 1 외상센터: 애리조나 외상센터) △ 병원전단계와 병원간 네트워크 및 실시간 정보교환(도착전 환자상태 파악) △ 도착전 중증외상팀 활성화(외상팀 미리 대기, 수술 준비) △ 골든타임내 즉각적 치료(사고발생 37분만에 수술) △ 중증외상환자를 상시 치료할 수 있는 외상센터 및 진료체계 구비 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결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같은 진료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며, 제주도는 더욱 그렇다. 이에 현재 제주지역 응급진료체계를 위의 예와 비교, 분석해보면 이번에 제주에 유치된 권역외상센터가 갖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제주지역내의 외상 진료체계이다. 사실 제주도는 다른 권역과 달리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외상센터가 없어 중증도에 따라 이송되는 병원분류체계가 타 권역보다 희박하고, 병원간 실제 치료능력과 상관없이 경쟁관계가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환자나 119구급대는 환자 상태와 상관없이 선호 병원이나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게 된다. 또한 병원 전단계에서 외상의 중증도 분류지침이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해하더라도 병원간 외상진료 레벨(level)이 정해져 있지 않는 제주권역에서는 현장 중증도 분류의미가 퇴색돼 버린다. 결국 적절한 환자(중증외상환자)가 적절한 시기(Golden time)에 적절한 곳에서(권역외상센터) 치료받을 수 없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는 어떤 경우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행정당국 및 각급 병원들의 외상센터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제주권역은 지역적 고립성과 인구유입 증가 및 유동인구의 증가로 단순한 인구대비 권역외상센터의 설치로 바라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은 외상센터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으며, 일부 병원들은 외상센터 유치를 병원간 이익구조나 자존심으로만 생각하고 대응해 권역외상센터 유치가 지연됐고 이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고스란히 도내 외상환자의 안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또 도민들은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경우 본인부담금이 20%에서 5%로 감소하는 이득까지 포기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제주권역외상센터가 제주한라병원으로 선정됐다. 권역외상센터 지정은 외상환자, 특히 중증외상환자의 최종치료기관이 공식 지정되고, 응급진료체계가 새롭게 수립된다는 의미다. 즉 병원전단계로 병원간 이송시스템을 확립하고, 권역외상센터는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건당국은 외상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행정·법률·재정적 지원을 맡게 된다.

제주한라병원은 당초 2019년 1월까지 시설, 장비, 인력 및 운영체계를 갖추어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할 예정이지만, 다른 권역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센터 개소를 앞당겨 도민의 건강권을 담보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실무책임자인 필자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늦은 만큼 도내 모든 관련기관 및 도민들이 이제부터 집중하고 외상센터에 대한 성원과 관심을 보여주면 다른 여느 권역보다도 훌륭한 외상진료시스템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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