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래 한국방언학회장 22일 제주어연구소 초청강연
"기록화 시급"…우리말 이해·어휘확장 등 필요성 강조

"표준어는 인위적인 개념으로, 실제 한국어는 하나 하나의 방언이 모여 이뤄진다. 방언에는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구축해온 세계관과 각종 생활양식이 반영돼 있다"

박경래 한국방언학회장(세명대 교수)은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이사장 강영봉)가 법인화를 기념해 22일 자연in에서 개최한 '한국 사람과 한국말 그리고 방언' 주제 강연에서 방언과 방언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방언은 지역적·사회적 분화체로서 고유한 역사와 독립된 체계를 갖고, 고유의 문화도 반영돼 있다"며 "방언은 그 지역의 언어문화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구어 발화를 문어기록으로 남기는게 1차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언을 통해 국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알 수 있고, 비교를 통해 국어 역사를 복원하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며 "여기에 국어 어휘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인류학과 역사학 등 인접학문의 연구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사라져가는 방언에 대한 아쉬움과 문화산업적 측면도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가대기' '보구래' '밧데' '잠데' 등 농기구를 가리키는 말은 사라지고 '트랙터' 등 새로운 말로 채워진다"며 "심지어 같은 지역, 한 집안에 살더라도 세대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영화 '황산벌'과 '웰컴 투 동막골'은 방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방언의 산업적 가치를 잘 보여줬다"며 "방언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 때 보존에 나서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똑같은 말만 쓴다면 여행의 감동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방언을 조사하고 수집해 보존하는 일은 우리말 어휘를 살찌게 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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