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 이사장

며칠 전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축제육성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2017년 제주를 대표할 우수 축제들을 선정했다. 최우수축제로는 제주들불축제와 표선해비치해변 하얀모래축제, 우수축제로 탐라문화제와 제주유채꽃축제, 탐라국입춘굿 등이 뽑혔다.

현재 제주에는 연간 50여개의 축제가 열리는 등 축제가 넘쳐나고 있다. 가히 축제의 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처럼 축제가 많아진 것은 지방자치제 이후 너도나도 새롭게 축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축제가 많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축제마다의 차별성이 있느냐 여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축제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축제육성위원회다. 조례에 의하면 축제육성위원회는 지정축제의 선정을 비롯해 축제의 통·폐합, 축제의 발전전략, 축제 평가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유사한 성격의 축제를 통폐합 하거나 우수축제를 육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축제육성위원회는 매년 제주를 대표하는 최우수축제와 우수축제, 유망축제를 선정한다. 대표축제에 선정되면 인센티브를 지급, 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수축제에 대해 인센티브보다 더 나은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인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도내에서 열리는 상당수의 축제는 빈약한 예산으로 매년 어렵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 변화를 꾀하기도 쉽지가 않다. 몇몇 축제는 축제평가와는 무관하게 매년 예산이 증액되고 있다. 최근 6년 사이에 4회에 걸쳐 최우수 또는 우수축제로 선정된 탐라국입춘굿의 사례를 보자.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흔히들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집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는 정책이 아쉽다.

입춘굿은 탐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1841년에 제작된 이원조의 '탐라록'에 의하면 '입춘날 호장은 관복을 입고 나무로 만든 목우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 좌우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흔들며 따른다. 이를 '쉐몰이'라 한다. 심방들은 신명나게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는데, 먼저 객사로부터 시작해 차례로 관덕정 마당으로 들어와서 '밭을 가는 모양'을 흉내내었다. 이날은 관아에서 음식을 차려 모두에게 대접했다. 이것은 탐라왕이 적전(籍田)하는 풍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 소개하고 있다.

고대 탐라국 시절 풍년을 기원했던 왕의 친경적전 유습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탐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과 더불어 관아와 주민, 심방까지 참여하는 민관합동의 공동체 문화까지 담고 있다. 현재의 입춘굿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졌다가 1999년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의 축제들이 지역 특산물·명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콘텐츠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반해 탐라국입춘굿은 제주 전통문화와 신앙을 되살린 축제라는 얘기다. 좋은 평가를 받는 축제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축제육성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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