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매년 연말이면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전국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하는 사자성어는 민심의 '풍향계'로 해석되기도 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 이후 연말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교수신문이 선정해 최근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다. 군주민수는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2013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의미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고의로 옳고 그름을 바꾼다는 의미의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태인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최근 3년간 교수신문이 발표한 도행역시, 지록위마, 혼용무도에 이어 올해 선정한 군주민수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인 교수들이 바라본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은 지도자가 순리를 거슬러 행동했지만 지도자 주변 인물들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등 옳고 그름을 바꿨고, 이로 인해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으며, 결국 성난 국민이 대통령이란 '배'를 침몰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연말 대한민국을 뒤엎은 것은 '촛불'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박근혜 정권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민심은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일견 보기에는 권력이 국민을 누르는 것 같지만 민심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권력은 작은 배지만 민심은 큰 바다기 때문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면 작은 배는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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