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요즘 제주관광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사상 처음 1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외적인 성장과 달리 저가 관광 등으로 인해 수지를 맞추는 곳이 20~30%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관광에서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해외로 나가는 단체관광객의 20% 축소를 지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0·11월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각각 16만2670명, 9만404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4%, 26.6% 줄었다.

또 2014년 7월 중국 자본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원희룡 지사가 취임한 이후 중국 자본에 의한 신규 대규모 개발사업이 전무한데다 매년 급증하던 중국인 보유 토지가 올해 상반기에 줄어드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제주도에서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작년 말 895만㎡에서 올해 상반기 853만㎡로 감소했다. 반기 기준으로 제주의 중국인 보유 토지가 줄어든 것은 200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라는 국토부 설명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1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제주외국인투자기업협의회는 이제 제주도는 투자할 곳이 못된다고 주장한다.

원 지사가 당선인 시절인 2014년 4월부터 6개월여동안 일체의 인허가 신청이 중단된데 이어 새로운 개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바람에 개발허가가 가능하다는 전 도정의 약속을 믿고 거액을 투자한 4~5개 외국인투자기업들이 현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원 도정을 성토하고 있다.

제주신화역사공원 개발사업을 추진중인 람정제주개발㈜의 공동사업자인 겐팅 싱가포르가 지난달 홍콩 란딩인터내셔널에 지분 50%를 전부 넘기고 철수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 카지노기업인 겐팅 싱가포르가 중국계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제주신화월드 주수입원인 카지노의 매장 9917㎡(3000평)을 기준으로 5000명의 인원을 운영할 경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겐팅 싱가포르는 제주에서 철수하는 대신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둬 카지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람정제주개발이 이달 초 제주신화역사공원 R지구에 있는 제주신화빌라스 휴양콘도미니엄의 분양계약자들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계약해지 신청을 받기로 한 것도 역시 중국내 침체된 투자 분위기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열된 투기 분위기에 휩쓸려 콘도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의 재산상 손실을 피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는 람정제주개발측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영장 등 일부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데 따른 항의가 이어지는데다 위축된 중국인들의 투자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21년까지 6조원을 투자하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자인 JCC㈜ 박영조 대표가 지난달 개최한 사업설명회에서 "제주는 더 이상 투자여건이 안돼 공동투자하려던 세계적 기업이 철수했다"며 "카지노 허가권은 줘도 안한다"고 한 발언이 새삼 주목을 끈다.

만에 하나 이들 사업자는 물론 일부 다른 사업체까지 수익성 미흡에다 까다로운 규제 등으로 카지노를 포기할 경우 카지노 도입을 반대해온 측에서는 양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외국기업을 유치할 당시의 사정은 무시한 채 새로운 법과 제도에 끼워맞추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제주도정에 대한 신뢰도와 투자 의지가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와중에 제주관광과 투자기업의 상생 방안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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