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 차장대우

신조어는 초기 사용자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논쟁이 되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변화나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오랜 기간 사용되고 의미 있는 신조어는 공식적으로 한국어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자취를 감추는 신조어도 많다. 부정적인 의미의 신조어는 지나치면 흉기가 되기도 하지만, 신조어는 세태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립국어원 등에 따르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조기'(조기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함)등 불안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2000년대에 어미에 '~족(族)'을 붙여 공통된 성향을 지닌 집단으로 나누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또 특징을 지닌 남성과 여성을 일컫는 단어도 등장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네티즌, 딩크족, 기러기아빠, 귀차니즘, 워킹맘, 골드미스, 된장(남)녀, 보이스피싱 등이 이 시기에 나온 신조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취업난과 실업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신조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입에 올랐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을 일컫는 '삼포세대'를 비롯해 교육수준과 스펙은 뛰어나지만 고용이 불안정해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20·30대를 뜻하는 '이케아 세대', 조기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세대인 '반퇴세대' 등이다. 대한민국의 옛 국호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 '헬조선'은 자산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은 것이다. 금수저·흙수저로 대표되는 수저계급론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병신년이었던 2016년의 대표적인 신조어는 '순실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와 우울감·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하는 자조가 섞이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화병'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신조어가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