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제주대 명예교수 세 번째 시집 「밤과 꿈」

"…빈 바람만 부는 하늘로부터/헐벗은 햇살만 내리는데/노래하는 새와 푸른 꽃이 없다"('베어진 소나무를 바라보며' 중)

김종태 제주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세 번째 시집 「밤과 꿈」에서 읽은 '오늘'이다.

사는 것이 그렇듯 '제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잃고 난 다음은 돌이킬 수 없다는 회한뿐이라는 것을 에둘러 말한다.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다 못해 성이난 시인의 눈에 세상 것들은 밝음 보다 어둠에 가까이 있다. 간드락 마을길에서 '고개를 숙이고 비틀비틀'걸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아라동 마을에서는 새로 만든 직선도로를 무서워했을 올레길 돌담들과 눈을 맞췄다. 시집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거울'의 존재감은 무겁다. 죽거나 눈이 멀거나 깨진 것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몇 번을 곱씹어도 편안해지지 않는다. "'말'들이 말에서 떨어진다/'나무'가 나무에서 떨어진다/'가을'이 가을에서 떨어진다"('중력' 중). 제주라는 이름으로 지켜야 할 것은 '쏟아진 물'과 같아서 한 번 놓치면 주워 담기 어렵다. 시인이 던지고자 했던 '진실'이다.

한편 김 명예교수는 제주대 독일학과에서 30여 년간 재직한 후 지난 2011년 퇴직했다.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달내 마을」(2009) 「지상에 별꽃」(2011)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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