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합종연횡(合從連衡). 전국시대에 행해졌던 외교방식으로 '합종설'과 '연횡설'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나머지 연·제·초·한·위·조나라 등 6개국의 동맹관계가 합종이다. 남북 종렬로 늘어선 6개 나라를 합친 것은 '소진'이라는 사람의 외교술로, 소진은 "진나라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해 진나라와 대결할 동맹을 맺도록 했다. 소진과 달리 위나라의 '장의'란 사람은 힘을 합쳐 진나라에 대항한다고 해도 진나라가 무너지면 결국 6개 나라가 서로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진나라와 동맹을 맺어 평화를 가져야 한다는 '연횡'을 주장했다. 진은 6개 나라와 개별적으로 횡적 동맹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진나라는 6개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시켰다. 

최근 한국 정치판은 선거철에나 볼 수 있는 합종연횡, 이합집산(離合集散)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비롯된 새누리당 분당 여파가 제주 정가도 흔들어 놨다. 지난해 말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던 부상일 전 새누리당 제주시 을 당협위원장, 김용하 전 도의회 의장 등이 탈당한 데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4일 탈당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도 동반탈당을 전재로 새누리당을 떠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나온 정치인들은 (가칭)개혁보수신당 창당에 동참하는 등 새로운 둥지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개혁보수신당 창당 이후 조기대선이 기정사실로 되는 만큼 정치권은 대선 체제로 가동하게 될 것이다.

2017년 새해 벽두부터 '때 이른' 정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합종연횡, 이합집산 하는 모습은 '선거 전략'보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과 도민들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는 명분을 강조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촛불'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꿨다. 혹시나 정치인들이 탈당과 입당 등의 과정에서 '정치적 야욕'을 숨기고 국민을 속이려 한다면 오산이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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