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은 저녁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519m의 말굽형 화구, 주변의 드넓은 초원. 정상에서 비양도등 사방을 한눈에 바라볼 수있는 지형으로 새별오름은 고려의 반몽(反蒙) 깃발이 휘날렸던 600여년의 흔적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새별오름은 626년전인 1374년 8월 공민왕의 명을 받은 최영장군이 몽고의 잔재세력 '목호'를 토벌한 전투가 벌어졌던 전적지로 기록되고 있다.

탐라의 목마관리를 담당했던 몽고의 관리 '목호'들이 고려조정의 말 2000필 요구를 거부하고 새별오름에서 난을 일으키자 최영장군은 2만5000여명의 대군을 이끌고 이를 진압, 목호의 제주지배를 종식시켰다.

제주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끝에 몽고 잔당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최영장군. 이름 없이 조국을 위해 자신의 피로 새별오름을 붉게 물들였던 수많은 고려병사.

반몽의 결의를 다지던 구국의 횃불이 샛별처럼 외롭게 떠 있는 오름자락에서 큰 들불로 다시 살아오르기를 새별오름은 기다리고 있다.

600여년이 지난후 새별오름의 들불축제 장소로서 또하나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인근에 화전동(火田洞)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을 놓고 야초지를 개간하며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곳의 늙은 촌로들은 아직도 선조들의 생활을 잊지 않고 있다.

많은 것을 잃고, 잊으며 살아왔던 우리들의 지난한 삶을 2000년 들불축제에서 모두 태우고 몽고의 굴레를 벗어 던지던 새별오름에서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박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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