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익 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공자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논어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구절로 시작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는 매우 평범한 문장을 주옥과 같은 수많은 구절들이 논어에는 많은데도 왜 굳이 맨 앞에 두었는지 항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집단적으로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과 함께 배우고 익히는 것의 주체는 지도층인 군자가 아닌 일반 백성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즉,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배우고 익히면 얼마나 좋겠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배우고 익혔어야 좋다는 취지로 읽게 되었다. 

물론 기원전 5백 년 전 사회에 살던 공자님의 생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오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민본사상을 펼치고 싶어도 백성들이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가능하므로 제발이지 어리석은 지도자에 속지 말고 백성들이 먼저 밑에서부터 배우고 깨우치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이미 정유년 새해가 왔지만 무능한 지도자에 속은 우리 국민들은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를 남겨 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정치, 경제, 외교 등 어느 영역이든지 우리에게 밝은 희망을 안겨 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암담하고 우울한 사건들이 지난해에 이어서 계속되고 있다. 

탄핵심판, 특별검사, 국정조사 등이 마무리 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한 것이다. 그래도 우린 희망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최근 인도 여행 중에 가이드 하는 현지인 청년에게 화폐개혁 등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모디 총리의 평판에 대해 물어 보았다. 

인도사회에서 고학력자인 그 청년은 자신들의 총리가 비록 낮은 계급인 수드라 출신이지만 모자라는 잠은 이동 중에 보충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국민들을 돌본다고 자랑하였다. 

최근 탄핵에다가 각종 범죄의 피의자 신분이 되신 우리 대통령 때문에 자격지심에 사로잡인 한국인인 내가 무안할 정도로 서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면서 지도자를 칭송하는 그 청년의 모습이 부러웠다.   

인도는 거리마다 거지가 넘쳐나는 가난한 사회이지만 그런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세계 최강국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대통령은 주위에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들을 참모로 두고 있을 터인데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배워가면서 국정을 살펴 왔다면 하루 24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부는 고사하고 비서진이나 장관들의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고 소위 문고리 3인방이나 비선실세, 성형외과의사들에게 둘러싸여서 수시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어쩌면 극적으로 하늘이 도와서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늦게나마 드러난 것이 대한민국에게는 행운이라 하겠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배우고 익혀서 즐거워할 일이 남아 있다면 제대로 된 국정 책임자, 즉 차기대통령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여러 전직 대통령들을 탄생시켰지만 국민들 가슴에 진정한 이 나라의 지도자로 남아 있는 분이 누구인지 반성해야 한다.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어떤 환상에 속아서 매번 그렇고 그런 인간들을 고르고 골라서 대통령으로 뽑아 주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이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배우고 익혀서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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