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작년 1월 23일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 그리고 강풍으로 제주도는 고립이 되었으며 많은 재산피해를 가지고 왔다. 이날 제주는 하루 동안 내린 눈의 양이 12cm를 기록하며 최근 30년 사이에 최고 순위를 기록하였다. 참고로 제주에서 적설관측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하루 동안 새로 쌓인 눈의 양은 1984년에 13.9cm, 눈이 녹지 않고 계속해서 쌓인 눈의 양은 1959년 21.5cm의 최고값을 가지고 있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각종 축제를 이끌어 내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눈으로 인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입히는 등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내리는 고체성 강수현상인 눈은 구름대의 이동과 강도의 변화 및 바람 등의 영향으로 인하여 지역에 따라 기록되는 양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상층의 기온이나 지상의 기온, 해발고도에 따라 비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하며, 같은 눈이 내려도 도시화의 정도에 따라 쌓이는 양도 각각 다르다. 도시지역에서는 아스팔트 등에 내리는 눈이 녹는 반면, 비도시 지역에서는 그대로 쌓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주도는 한라산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적설의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

적설을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해오던 정해진 규격의 적설판 위에 쌓인 눈의 깊이를 적설척(cm자)으로 직접 재는 방법과 장비를 이용하여 자동으로 재는 방법이다. 이들 방법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사람이 직접 재는 방법은 바람 등의 원인으로 설면이 고르지 않을 경우 유용한 관측이 될 수 있지만, 재는 사람에 따라 또는 자의 눈금을 읽는 각도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연속적인 관측이 힘들어서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관측된 적설 값만 알 수 있다. 반면에 장비를 이용한 자동관측은 1분이든 10분이든 우리가 원하는 간격으로 설정하여 연속적인 관측이 가능하며, 장비의 설치 장소만 확보된다면 원거리에서도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적설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적설관측은 바람 등에 의한 쌓이는 면의 불균일함, 눈의 강도, 관측지점 지면의 상태 등 외부의 조건에 따른 오차의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고가의 장비여서 관측망이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상청은 2014년 8월 26일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특별자치도와의 적설관측공동활용 실무협의회 개최 이후 현재까지 26소의 레이저식적설관측장비와 적설감시CCTV를 지속적으로 공동활용 하고 있으며, 타 지역에 비해 조밀도가 높은 편이나 앞으로 추가 설치 및 성능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기상청과 제주도에서 설치한 적설관측장비는 유인관측소(1소), 위탁적설관측(3소)와 영상적설감시장비(6소), 초음파적설관측장비(5소) 및 레이저적설관측장비(27소) 등 총 42소에서 관측하고 있다. 특히 기상청에서는 기존의 장비를 고도화 시킨 멀티포인트 레이저적설관측장비를 개발하여 운영 중에 있다. 멀티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단일포인트의 적설장비보다 오차범위를 최소화 하였으며 앞으로도 멀티포인트 레이저적설관측장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이다. 특히 항공기나 선박이 운행하지 않는다면 관광객이나 도민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예보의 적시 제공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적설 등 기상현상에 관한 기상관측망 강화 또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기상청에서는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적설관측망을 확충 하고 보다 정확한 적설관측으로 안전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위험기상 감시체제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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