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부국장대우·교육문화체육부

1990년대 경북 포항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 이야기다. 당시 포항지역의 식수환경이 변변치 않아서인지 '석수'라는 생수를 사먹어야 하는 때가 있었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수돗물을 바로 마시거나 끓여서 먹었던 일을 생각하면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먹는다는게 어쩌면 다른 나라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당시 군대 동료들은 우리나라도 20년 안에 먹는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종종 얘기했지만 그 말에 동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도내 가정에서 생수를 사다가 마시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물이 곧 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제주시 그리고 올해 1월 1일부터 서귀포시에서 오늘 7월 전면시행을 목표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시행하고 있다. 솔직히 집안의 일반 쓰레기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일은 하루 일과며 또 한 주 행사기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하루를 놓치다 보면 쓰레기가 집안 가득 쌓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다소 힘들고 불편함은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여 자원의 순환을 통한 자원화하자는 취지기도 하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막아보자는 이야기다. 원래 제도라는 것이 처음은 몸에 맞지 않는 일이라 큰 옷을 입고 있는 듯 때론 작은 옷, 불편한 옷을 입고 다닌다고 느낄 수 있다. 행정당국도 이런 시민의 불편함을 귀 기울여 남은 6개월 동안 다각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좋은 취지의 제도가 자칫 퇴색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의 불편함을 담보로한 행정이 이뤄진다면 안 될 일이다. 

지난 일요일에 집주변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 적이 있다. 예전부터 양심을 저버린 시민들이 음식물 분리 쓰레기함 위에 음식물봉지를 올려놓거나 쓰레기함 주변에 버리고 간 것을 종종 보곤 했다. 솔직히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함에 아무리 많이 버려도 100원 이상 결재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지불한다고 생각해 남몰래 버리고 간 음식물들을 함께 결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어떻게 100원도 안 되는 것에 양심을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 안에서 음식물 수거용 쓰레기통을 들고 집 주변 음식물 쓰레기통을 찾았다. 클린하우스 주변에 도착했을 때 어느 중국인 부부 같은 분이 내게로 다가왔다. 여자가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오는 것이 음식물이 들어있다고 바로 직감했다. 남자는 검은 지갑 속의 지폐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어쩌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는 행동임을 느꼈다. 먼저 티머니 카드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자 뒤에 있던 이 부부는 자신의 음식물을 버려주면 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결국 비닐봉지를 건네받고 무게를 달았더니 20원이라는 표시가 나왔다. 그 남자는 지갑에서 2000원을 주며 고맙다고 했다. '이건 아닌데' 돈이 많다고 짧은 영어로, 또 몸짓으로 표현했지만 그 부부는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했고 머리까지 숙여가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실 외국인이기 때문에 글을 모른다고, 정책을 모른다고 해서 그냥 버렸다고 누군가가 욕하거나 화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조언이나 제도를 설명해주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정당하게 버리기 위해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것도 20원이면 될 금액을 100배 이상이나 되는 화폐를 지불하고 말이다. 어쩌면 그 부부는 가지고 온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버려야 한다는 가치를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2000원의 가치'를 떠올리며, 예전 생각 없이 클린하우스를 이용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부끄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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