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선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요즘 골목슈퍼가 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할인점, 편의점 등 대기업 유통업체에 떠밀리면서 설 자리가 자꾸 좁아지면서다.

필자 역시 30년째 수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골목슈퍼 호황을 이뤘고, 각 마을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소식통'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공룡과도 같은 대기업 할인마트 및 SSM 중대형 매장이 들어서면서 동네슈퍼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대기업 편의점의 무차별적인 입점으로 고사 직전까지 이르렀다.

최근 제주도 유통업태별 통계를 보면 이마트 3곳, 롯데마트 1곳, 홈플러스 1곳 등 대형마트만 5곳에 이르며, 농협 하나로마트가 43곳으로 시내권을 비롯해 외곽 곳곳에 위치하면서 골목슈퍼를 잠식하고 있다.

대기업 편의점은 도내 약 600여 곳으로 공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골목슈퍼 과거 약 1500개 점포에서 현재 약 700여 곳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및 전통시장보호법에 의해 대형마트 및 SSM등의 신규 입점을 규제하고 의무 휴업일등을 통해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일부 효과를 보고 있으나 농협 하나로마트 및 대기업 편의점은 법적 규제 장치가 전혀 없어 골목슈퍼 및 지역상권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이 반드시 법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물론 자유시장 경쟁 체제 안에서 일방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만을 요구하는 하는 것은 아니다.

골목슈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등 자구노력을 찾아야 한다. 골목슈퍼 같은 작은 슈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과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골목슈퍼 브랜드인 '나들가게'와 '코사마트'가 제주도 전역에도 약 500여개 운영되고 있다. 나들가게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골목슈퍼 현대화 지원사업으로 제주도에 약 200여개 점포가 시설현대화 및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코사마트는 전국 52개 지역 수퍼마켓협동조합의 브랜드로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에만 3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은 이 같은 골목슈퍼의 생존전략을 위해 공동구매를 통해 '바잉파워'를 확대시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꾸준한 공동 브랜드(PB상품)를 개발해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대형마트 및 편의점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컨대 작년에 수차례 '동네슈퍼 공동세일전'을 추진했으며, 매장 컨설팅을 통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시행해 골목슈퍼의 새로운 변신을 위해 중소기업청 및 제주도와 꾸준히 머리를 맞대면서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 유통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내수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생존 문제를 겪는 점주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동네슈퍼 대부분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생계형 가게로서 수십 년을 지역상권에서 버텨오면서 풀뿌리 잡초 같은 속성을 갖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또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상권의 근간이 되는 골목슈퍼, 항상 동네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같이 공유하면서 상호보완 관계로 영원히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민들도 가급적 동네슈퍼를 이용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 정유년 새해에는 제주지역 골목상권의 번창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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