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삶은 이 시대 어떤 화두로 다가올 것인가.

 인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여성화가 아르테미스. 남자의 어머니인 여성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오지를 찾아 떠난 여성소설가 이경자. 한 사람은 붓으로 남성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고 한 여성은 배낭을 메고 여자들이 아내라는 이름으로 결코 소유되지 않는 곳, 아들에게 여자는 영원히 어머니이고 여인이며 누이인 곳을 찾아 떠났다.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저자 알렉상드라 라피에르/민음사·15000
 …열일곱 살의 아르테미시아. 큰 키에 탐스럽고 실한 몸, 무엇인가를 꿸 듯한 눈, 육감적이고 반항적으로 보이는 입술. 그녀는 어머니를 묻던 날 저녁, 코지모 쿠오롤리가 예견했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작업도구를 들고 캔버스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젖가슴을 옥죄는 그런 동작은 목덜미에서부터 훤히 드러난 젖가슴의 매력을 두드러지게 해주었다…

 저자 라피에르는 남성 지배적인 17세기 미술계에서 실제로 직업화가로 인정받았던 최초의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화가 오라치오 젠텔레스키의 딸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는 일찍이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아버지 오라치오는 평생 딸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열두 살에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 열여덟 살에 아버지의 가장 친한 동료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강간당한 것, 그에 이어지는 소송과 공방은 그녀의 삶에 전환점이 되었다.

 엄격한 종교적 규율로 강간이 금기시 되던 그 당시, 법정까지 끌고 간 일련의 소송사건으로 아르테미시아는 세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고 아버지와는 25년 간이나 서로 헤어져 사는 등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혼신의 힘을 불태우며 그리니치 궁의 천장 벽화를 그리던 아버지 오라치오는 그제서야 딸을 찾는다.

 아르테미시아는 마지막으로 원망과 회한이 극에 달한 채 아버지를 대신해 그림을 완성한다.

 이 작품의 완성으로 두 사람은 25년의 애증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급기야 아버지 죽음 앞에서 아르테미시아는 눈물을 흘린다….

 아르테미시아는 라파엘로, 루벤스, 벨라스케스, 램브란트등과 함께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아버지 오라치오 젠텔레스키의 영향으로 그녀는 독특한 색채와 질감의 표현에 주력했다.

 동시대 곰부리치 등 일부 미술가들에게 외면당했지만 그녀는 열일곱 살 작품 ‘수산나와 두 늙은이’로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주목받는 대상이 됐다.

 성폭행과 소송사건의 추문을 예술혼으로 극복하면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와 ‘그림우화 속의 자화상’등, 예술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남겼다.

 그녀는 영웅적·신앙적 인물들을 격렬하고 도발적으로 그렸다. 이는 당시 남성화가들이 그렸던 소극적이고 억압적인 여성 인물의 모습을 전복시킨 것이다.

 아르테미시아의 작품은 오늘 날 페미니즘 논쟁과 함께 여성 미술사에 전면을 장식하면서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경자, 모계사회를 찾다」저자·이경자/이룸·12000
 「절반의 실패」의 작가 이경자가 남자라는 권위로 여자를 억누르지 않는 곳, 단지 여자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의무가 없는 곳, 모계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중국 운남성의 오지 루그호에 있는 모소족을 찾았다.

 …나는 내가 울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가부장 사회는 내 인생의 ‘익숙한 지옥’이고 모소족 모계사회는 ‘낯선 천국’이었다. 익숙한 지옥과 낯선 천국 사이에서 내 영혼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디를 선택하라고 윽박지른다면 나는 미칠 것이다. 하나의 싹이 땅에 떨어져 다른 씨앗으로 환생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 사이의 시간이 인생이고 역사라는 것도…

 모소족 사회에서는 모든 남자가 아내라는 이름으로 결코 여자를 소유하지 않는다.

 이 곳은 ‘남편, 아내, 아버지’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모소족이 모여 살고 있는 리거촌에는 실제로 권위를 갖고 있는 어떤 조형적 상징물도 없다.

 모든 일상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진행되므로 분쟁자체가 없다. 그래서 그 곳 남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는 의무 따위를 갖고 있지 않다. 남자는 장가들지 않으며 여자는 시집가지 않기 때문이다.

 12세까지 남녀 구분이 없던 모소적 아이들은 13세 때 성인식을 치른 후 3년 간격으로 이성을 찾고 사귄다. 그 후 합방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접어들면 둘만이 알 수 있는 신호를 통해 남자는 여자의 집으로 가서 합방을 한다.

 만약 여자 쪽에서 남자가 마음에 안 들 경우, 남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교재하는 동안 둘은 부부관계가 되고 여자 집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가 같은 집에 살지 않는다. 남자는 자기 어머니 집에서 형제들과 함께 산다. 애를 낳으면 애는 여자집에서 살게 된다.

 모소족 사람은 죽으면 화장을 한다. 어머니 뱃속에 웅크린 태아자세 그대로 시신을 안치해 태운다.

 권위나 헛된 소유욕 없이 자연의 흐름대로 살고 있는 모소족 모계사회를 통해 작가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여성 반란이 아닌,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자연을 되찾고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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