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서울에서 시행하는 강의 받으러 오늘도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 중간에 승무원들이 음료를 제공한다. 일반 항공사에서는 커피, 물, 음료수를 제공하고, 저가 항공사에서는 쟁반에 미리 따라놓은 물과 음료를 들고서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에 오르고 나면 긴장이 풀어지고 피곤하기도 해서 슬며시 잠이 들면 음료서비스 시간을 놓치고 좌석 앞쪽에는 '잘 주무셨나요?'라는 쪽지가 덜렁 붙여진다. '게을러서 당신은 서비스를 놓치셨습니다.'라고 해석되기도 하여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서 슬그머니 종이쪽지를 떼어내 버린다. 반대로 피곤한 때는 계속 졸고 싶은데 습관적으로 서비스 카트가 다가오면 깨어서 물이나 음료를 받아 마신다. 오히려 이럴 때는 서비스가 없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릴 적 맛보았던 '비행기사탕'이 떠올라서 '맞아, 그땐 그랬었지…….'하고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 비행기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탈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아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오면 주머니에서 비행기 사탕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내주면 맛있게 먹곤 했다. 당시에 비행기 타는 도중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해소시키려고 사탕을 나누어준다고 들었었다. 예전에는 공항에 마중 나가서, 활주로의 비행기 트랩 앞에서 내려오는 손님을 직접 영접해서 나오기도 했었고 그 때는 비행기를  신기하게 여길 정도였다.  

요즘 세상은 변화속도가 빨라서 잠시라도 주춤거리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조차 어려워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이 변화의 속도를 주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사람들의 생각은 물론이고 문화마저 바뀌고 있다. IT산업의 발달은 과거에 생각조차 못할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인간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티머니 기능이 장착된 신용카드 한 장이면 지하철은 물론, 택시, 버스까지도 탈 수 있고, 바야흐로 잔돈이 불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과거에는 보험청구서를 일일이 출력하여 우편으로 심사평가원에 보냈었지만 요즘은 월말에 전자 우편으로 간단히 보낸다. 여기에다 물자가 풍족해지면서 오히려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즉 근검절약이 미덕이던 시대애서 소비가 미덕인 시대로 변하면서 소위 '과소비'가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로 인하여 음식물을 비롯한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여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만 해도 손수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누구나 운전이 가능하고 차량도 한 집에 두세 대꼴로 소유하는 바람에 교통문제며 주차장 문제가 대두되었고 교통체증이 일상화되면서 개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되기도 하였다.

결국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새로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하여 인간 생활이 더 불편해지고 각박해진다면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비행기사탕을 기억하는 것도 가난하고 불편하지만 편안하고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굳이 추억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발전의 여러 가지 역작용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우리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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