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심사 18일…최지성·장충기·박상진은 불구속 수사
朴대통령 수사 본격화…뇌물수수 피의자 입건 '초읽기'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가성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원으로 산정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가 소명된다고 보고 12∼13일 2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 후 사흘 만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 경제적 충격 등 신중론도 제기됐으나 특검은 죄질, 유사 사건 전례 등을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수뇌부는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천800만원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청문회에서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될 당시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이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을 즈음 이미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았고 그때부터 금전 지원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삼성이 합병 전후로 최씨측과 여러 차례 접촉해 지원금 제공을 협의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장시호씨가 특검에 임의제출한 최씨 소유의 태블릿 PC에선 코레스포츠 설립 및 삼성으로부터의 지원금 수수와 관련한 다수의 이메일이 담겼다.

합병 직전 최씨가 독일 헤센주의 한 승마장과 1년 임차 계약을 한 것도 삼성측과의 협의 아래 진행된 것으로 특검은 본다.

최씨측을 지원하기로 하고 그룹의 경영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대가 관계가 충분히 설명된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과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역할을 빼고선 이번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특검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이 부회장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삼성 합병 직후 두 번째 독대 자리에선 "지원이 미진하다"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

특검은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언행이 '40년 지기'인 최씨와 사전에 모의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씨측의 이권 개입을 적극 지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은 조만간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및 일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공식 입건할 방침이다.

뇌물죄를 적용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실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피의자 입건된 상태다.

이 특검보는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게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측은 박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며 '공갈·강요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도 12∼13일 22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에서 이러한 주장을 굽히지 않아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측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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