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오렌지(Orange). 모양이 둥글고 주황빛이며 껍질이 두껍고 즙이 많은 과일이다. 오렌지는 제주도내 감귤 농가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 오렌지는 대부분 생과보다는 착즙한 주스로 많이 소비한다. 오렌지 압착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소비량이 크지 않았다. 오렌지를 압착해 주스를 짜내는 기계가 발명되면서부터 소비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렌지는 껍질 벗기기가 힘든데다 가격이 껍질을 벗기기 쉬운 감귤보다 비싸서 생과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국내 민간 보급용 전기자동차 절반 가량이 제주에서 팔렸다. 지난 2012년 제주에 관용 전기차 100대가 보급된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6521대의 전기차가 보급, 전국 전기차 1만855대의 60%가 제주에서 달리고 있다. 정부와 도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 홈 충전기를 제외하고 한전 등 민간 사업자를 포함해 급속 194기 등 모두 246기가 주요 도로변, 주요관광지 등 주요 지점에 구축됐다. 이외에도 한국전력이 공동주택에 충전기를 보급하 있고, LH도 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도내 임대아파트에 이동형 충전기 인프라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현대, 기아, 르노삼성 등은 느긋한(?) 모양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구입비의 절반 가량을 대신 내주고,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충전기 보급에 나서는가하면 보급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홍보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행정이 전기차 제조사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오렌지 압착기가 발명된 이후 오렌지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본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 생산량은 미미할 것이다. 돈이 되는 내연기관에 투자해도 모자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가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오렌지 압착기처럼 전기차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안주하다가 내연기관차량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날이 온다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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