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는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강풍·폭우를 동반한 태풍 차바로 도내 공공·민간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공공분야 99억원을 포함한 19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제주도는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전·후로 빠른 시일내에 피해를 복구, 도민들의 상처를 보듬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가 피해복구에 나선지 3개월이 넘었지만 도민들은 아직도 태풍 차바의 상흔을 지울 수 없다.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노인회관·게이트볼장 등 공공시설 복구공사가 '소 걸음식'으로 느리게 진행되면서 도가 밝힌 '빠른 시일내 피해 복구' 약속이 빈말로 그치고 있다. 제주시 용마마을 노인들이 이용하는 노인회관 지붕을 비롯해 홍운마을 게이트볼장, 서귀포시 대정문화센터, 서귀포시 테니스장 등 공공시설물 피해 복구가 여태껏 마무리되지 않은 결과 주민들의 이용 불편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제주도의 소걸음식 피해시설 복구는 7.1%에 불과한 준공률에서 드러난다. 도가 피해 공공시설 167곳의 복구를 위해 국비 지원액 361억원을 포함한 485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수립했지만 마무리는 12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사업발주가 이뤄지지 않은 152곳 중 50곳은 설계 조차도 끝내지 못해 복구사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 담당부서는 국비지원 규모가 올해 정부예산안 편성과 맞물려 늦게 결정된 가운데 지방비도 지난해 12월 추경예산안에 반영됨으로써 피해복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제주도가 피해복구 국·도비 확보의 행정절차를 내세워 오는 6월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생활불편을 겪는 주민들은 십사리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예산을 먼저 투입한후 차후 확보한 복구비로 대치하는 유연한 행정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도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매일 드나들던 노인회관·게이트볼장·문화센터을 장기간 이용하지 못하면 행정서비스의 단절로 도정 불신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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