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서귀포시 건축행정에 대한 민심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급증하는 건축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건축과가 신설됐는데도 민원처리가 종전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가 하면 소송 역시 줄을 잇고 있다. 

A사가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신축중인 생활숙박시설(분양형호텔)도 한 사례다. A사는 지하 1층·지상 9층에 306실을 갖춘 호텔을 짓기고 하고 2015년 3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6년 2월 건축물 착공신고 및 분양신고를 마치고 같은 해 5월까지 227실을 분양했다.

건축허가 뒤집기 줄소송 자초 

그런데 서귀포시는 같은 달 A사에 '숙박시설 공사 및 분양업무 중지 요청'을 내렸다.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의한 건축물 고도제한에 따라 건축물 높이를 용도지역별로 구분(상업지역 25m·준주거지역 20m)해야 하는데 25m로 일괄 적용, 잘못 허가해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사는 총 2293㎡의 대지 중 상업지역(1562㎡)이 과반을 초과, 제주도건축조례에 따라 상업지역 고도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측은 또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시행중인 사업에 대해 공사중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해 8월 제주지방법원에 건축허가 일부취소처분 등 취소 소송을 제기, 아직도 진행중이다.

A사 관계자는 "설사 용도지역별 고도제한이 맞다 하더라도 20m(7층)까지는 공사를 진행시켜가며 협의해도 되는데 일방적으로 공사중지를 명령, 9개월째 중단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분양자에 대한 배상 등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서귀포시에 묻겠다"고 말하고 있다.

유치원 앞 신축공사로 말썽을 빚었던 성산읍 오조리 모 호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귀포시는 2015년 2월 B사에 대해 학교보건법상 절대정화구역인 오조리 모 유치원 앞에 지하 1층·지상 8층 174실 규모의 생활숙박시설 건축허가를 내줬다가 같은 해 6월 건축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B사는 같은 해 11월 제주지법에 공사중지명령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공사를 계속한 끝에 2016년 12월 말 서귀포시에 사용승인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 서귀포시가 본안소송을 제기했으나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이미 끝나 소송이 불필요해진 상태에까지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B사는 유치원을 인근 상대정화구역으로 이전키로 합의했으나 도교육청과 서귀포시교육청이 지난해 6월 유치원 이전을 위한 학교설립인가 부적합 결정을 내려 호텔과 유치원 모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유치원측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유치원 설립인가 부적합 결정에 대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만 수용되지 않는다면 이 호텔은 언제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게 된다. 때문에 시행사와 수분양자 또는 서귀포시와의 손해배상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건축허가 취소 사전통보에 따른 청문을 거쳐 조만간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인 강정동 모 공동주택 사업자 역시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 서귀포시의 사전 검토 미흡이 결정적 원인인 이들 사안은 진행 과정에서 사업자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고압적 행태가 공통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전임자가 내준 건축허가인 만큼 우리는 책임이 없으며 건축주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책임 미루기보다 소통 아쉬워

건축 인허가 신청이 늘고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법과 제도에 더욱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행정의 항변에도 물론 일리는 있다. 하지만 매사에 '법대로'만을 내세워서는 행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원칙도 원칙이지만 시민들과의 소통, 배려가 더욱 아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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